[만물상] 고구마 對 사이다

조선일보
  • 이하원 논설위원
  • 김도원 화백
    입력 2016.12.06 03:16

    인터넷에서 '고구마-사이다' 논쟁이 한창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방송 인터뷰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 말한 게 계기가 됐다. "이재명은 사이다, 문재인은 고구마라는 말이 있다"는 말에 문 전 대표가 대답했다. "사이다는 금방 목이 또 마른다. 그런데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 그는 "탄산음료는 밥은 아니다"고도 했다. 이 시장이 뼈 있는 말로 이를 맞받아쳤다. "목 마르고 배고프고 이럴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 이 시장은 트위터에선 '사이다에 고구마를 같이 먹으면 맛있고 든든하다'고 했다.

    ▶고구마는 계속 먹다 보면 목이 메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젊은 층은 답답한 말과 행동을 SNS에서 고구마에 비유해왔다. 사이다는 반대로 '시원하다'는 뜻으로 쓴다. 문 전 대표가 이를 알았다면 인터뷰 대답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어쨌든 '고구마와 사이다' 논쟁을 보니 차기 대선 후보를 놓고 같은 야권 진영에서 본격 경쟁이 시작된 모양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가장 최근에 나온 리서치뷰의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에 이어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2위에 올랐다. 17.2%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2%포인트 앞섰다. KBS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시장이 15.7%로 반기문, 문재인에 이어 차기 대선 후보 중 3위를 차지했다. 한 달 만에 10%포인트가 뛰었다.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야권으로 쏠리는 관심을 독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전 대표에 비해 시민 단체 경력이 전부인 이 시장은 아웃사이더로 각인돼 있다. 문 전 대표는 어쨌든 제도권 울타리 안에 있지만 이 시장은 '유격대'처럼 움직인다. 이런 스타일은 최근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회고록 파문에서도 드러난다. 송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가 2007년 '북한에 물어보고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에 기권했고 문 전 대표도 그 결정에 참여했다'고 썼다. 문 전 대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나 같으면 '상대방(북한)한테 말도 안 하고 찬성해서 뒤통수를 쳐야 했느냐'고 반박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고구마와 사이다는 간식으로 먹는 식품이다. 이를 주식(主食)으로 삼는 국민이 거의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이 '최순실 정국'에서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진영의 경쟁은 대부분 조심스레 시작해서 '원수'로 끝난다. '이명박 대 박근혜' '문재인 대 안철수'가 그랬다. 고구마 대(對) 사이다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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