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장해왔던 비박계 의원들은 2일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30일을 기준으로 한 명확한 퇴임 일정과 2선 후퇴를 천명하길 바란다"며 "박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비박계 의원들의 회의체인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 박 대통령에게 '7일 오후 6시'라는 시한을 줬다. 그때까지 박 대통령이 '4월 퇴진, 2선 후퇴'를 공식 선언하지 않으면 9일 탄핵 표결에 동참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 7일 '4월 퇴진' 입장을 발표해도 야당이 협상을 계속해서 거부한다면 비박계는 7일 이후 박 대통령 탄핵 표결을 둘러싸고 분화(分化)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주축이 된 비상시국회의 소속 국회의원들이 2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2선 후퇴 등을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권성동·유승민·정병국·나경원·김재경·김영우 의원.

이날까지 비박계 의원들의 입장을 보면 김무성 의원 등 20여명은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을 공식 선언할 경우 탄핵은 접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승민 의원 등 10여명은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을 선언해도 야당이 이를 거부해 협상이 결렬되면 표결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있다. 탄핵 소추안의 가결 정족수는 200명으로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김용태 의원을 뺀 최소 28명은 찬성해야 가결된다. 현재로선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만 하면 김무성 의원 등이 '표결 불참' 쪽에 서면서 탄핵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 의원을 포함한 상당수 비박계 의원들이 주말 촛불 집회 등 여론을 보고 있어 탄핵 가결 여부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오전 열린 비상시국위 대표·실무자 연석회의에서는 "국민 여론을 감안해 표결에는 참석해야 한다"는 주장과 "야당의 일방적 표결 강행에 따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동시에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의원으로 대표되는 온건파는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당론에 따라 4월 말 퇴진을 공식 선언해 퇴진 시기가 결정되면 탄핵으로 끌어내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과 면담하게 된다면) 4월 30일에 물러나시는 것을 국민 앞에 공언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발표해 2선 후퇴를 보장하면 실질적인 탄핵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이들도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는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탄핵안 통과 여부의 첫 번째 키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김 의원은 내심 박 대통령이 4월 30일 퇴진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의 발표가 없으면 탄핵에 동참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종구 의원은 "박 대통령이 7일 오후 6시까지 자기 입으로 진정성 있게 2선 후퇴를 약속하면 탄핵이 필요 없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탄핵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강경파인 유승민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여야 협상이 안 되면 탄핵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대통령이 4월 자진 사퇴와 2선 후퇴의 말씀이 있으면 여야 협상이 어느 정도 이뤄질 힘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유 의원은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면 참여하겠다는 의원들이 있겠지만 그럴 경우 그 숫자가 가결에 충분하냐 하는 것은 지금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3선 의원도 "탄핵을 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청"이라며 "야당이 '4월 퇴진'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이 탄핵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주말 촛불 집회 여론을 보고 박 대통령의 태도를 본 뒤에 탄핵 표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중간지대 의원들도 있다. 권성동 의원은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여야 협상이 안 되면 여론을 보고 탄핵 표결 참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박계 관계자는 "탄핵 통과 여부는 1차는 박 대통령에게, 2차로는 김무성 의원 등 온건파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