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나는 4년 뒤 촛불집회 나갈래"

    입력 : 2016.12.01 03:17

    '박근혜가 돼도 걱정'은 결국 현실로 벌어졌고 과거로 넘어가는 중
    이제 '안 돼도 걱정'이 눈앞의 일로 다가오고 있다

    양상훈 논설주간
    양상훈 논설주간

    생각할수록 맞는 말이었다. 거의 혜안(慧眼) 같다.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2012년 대선 때 많은 분이 했던 "박근혜가 돼도 걱정, 안 돼도 걱정"이라던 그 명언 말이다. 미심쩍어진 국정 능력에다 계속 드러나는 고집불통으로 박근혜가 당선돼도 걱정이라던 4년 전의 그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최순실 사태가 이렇게 커진 것은 등장인물들의 천박성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 사건의 근저(根底)에는 정권의 무능이 있다. 무능한 인사, 무능한 정책의 연속이었다. 정권 스스로도 '통진당 해산' 외엔 내세울 것이 마땅찮다. '무능하다'는 기름 바다에 최순실이라는 불똥이 떨어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첫 조각(組閣) 인사 때 여러 장관·수석들은 그들이 평생 몸담았던 조직에서 인정받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연한 기회에 박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이 배경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중엔 인정받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공직자로서 부적격인 인물들도 있었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모아놓았나' '왜 하필 이런 사람들을 좋아하나'라는 의문은 4년 내내 박 대통령이 인사를 할 때마다 반복됐다. 심지어 이번 위기에 몰린 뒤에 한 인선까지 그랬다. 박 대통령이 그런 사람들과 하는 국정을 보고 어떤 전직 장관은 "소꿉놀이 국정"이라고 했다. 다른 이는 "오목 두면서 바둑 둔다고 한다"고 했다.

    오목 두지 말라고 누가 비판하면 바둑 두고 있다며 화를 내온 것이 지난 4년이었다. 그 화풀이에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를 내세운 신상털기가 동원됐다. 와중에 세 사람이 자살까지 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자 외국서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박 대통령은 "불순세력을 철저히 감시하라"는 지시를 했다. 이 뉴스를 듣고 4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낡은 사고방식을 가진 낡은 인물들이 중용돼 좌지우지한 국정은 소꿉놀이나 오목을 벗어날 수 없었다. 박 대통령의 아집으로 총선도 망쳤다. 그 바탕 위에 40년 전 최순실이 등장하자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박근혜가 돼도 걱정'은 이미 벌어졌고 어찌 됐든 과거로 넘어가는 중이다. 이제 '박근혜가 안 돼도 걱정'이 눈앞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안 돼도 걱정'이야말로 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원동력이다. 그 걱정 때문에 수많은 유권자가 마치 궐기하듯 투표장으로 나왔다. 4년 전 절반 이상의 국민이 '될까 봐 걱정'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원숙해진 모습이 아니라 최순실 바람을 타고 기세를 높이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이 며칠 전 한 TV와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당내에서도 그걸 보고 "박근혜와 뭐가 다르냐"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 사람과 같이 일했던 관료 중엔 그에 대해 "무능하다"고 평하는 측이 적지 않다. 며칠 전에 국민 앞에 했던 중대한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 하고 심각한 국가 현안을 논의했던 기억도 희미하다고 한다. 자신과 다른 견해나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쌍심지를 돋우는 것도 지난 4년 동안 우리가 본 것과 다르지 않다.

    4년 전 또 다른 한 명의 대선 주자가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새 정치를 내세우는데 현재 디디고 서 있는 땅은 어울리지 않는 지역감정이다. 그때는 마치 대학생 같았다. 달라졌다는데 정말인가. '될까 봐 걱정'으로 치면 4년 전의 이 두 사람을 능가할 제3의 인물은 연일 자극적 언동으로 대중(大衆) 스타처럼 떠오르고 있다. 앞의 두 사람도 여기에 자극받아 대중 영합에 올인한다. 지금 야권엔 국정을 수습할 리더가 없다. 인터넷 댓글이 몰리는 방향으로 쫓아갈 뿐이다.

    오는 1월에 귀국한다는 다른 유력 주자에 대해서도 "이제 좀 젊은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 "국내 정치 경제 문제를 잘 알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후보를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저 정도면…' 하는 사람들이 여당에도 있고 야당에도 있지만 이들 합리적인 인사들은 하나같이 하위권으로 처져 있다. 결국 지금 나와 있는 누군가가 '제왕적'이라는 대통령 자리에 오를 것이다. 의외로 국정이 잘 펼쳐질 수도 있다. 그랬으면 하지만 왠지 또 청와대에서 30년 전 운동권 노래 합창이 울려 퍼지거나 아니면 소꿉놀이 국정, 오목 국정이 벌어질 것만 같다.

    4년 전의 '돼도 걱정, 안 돼도 걱정'과 같은 '예언'을 최근에 들었다. 어느 모임에서 누가 촛불집회에 나가보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한 분이 "누가 대통령 돼서 보복한다, 뒤집어엎는다고 시끄럽게 하다가 몇 년 뒤에 또 촛불집회 벌어질 텐데 나는 그때 나갈래"라고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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