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퇴진·6월 대선 vs 12월 탄핵' 두 갈래 길로 압축]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9일 자신의 임기 단축 문제를 국회에 일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국은 오히려 더 어지럽게 전개되고 있다. 야당은 협상을 거부하고 여당 내부도 대통령 담화를 제각각 해석하는 등 혼란스럽다. 이 여파로 박 대통령 탄핵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친박계는 '작전'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지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불행 대통령을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지금의 기형적 권력 구조를 바꾸자는 논의는 언제든 중단 없이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개헌의 부수 효과로 임기 단축이 있을 수 있는 것이지 선후가 뒤바뀐 개헌은 불가능하다. 최순실 사태 초기였다면 몰라도 탄핵까지 제기된 지금은 그 시기도 지나갔다. 자숙해야 할 친박계가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내밀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나라를 위해 정말 절실한 개헌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
궁금한 것은 정말로 임기 단축용 개헌이 박 대통령 퇴진의 전제 조건이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개헌이든 아니든 국회에서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했지만 이어지는 말들이 모호해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적어도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 제안이 이런 혼선을 노린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자신이 생각하는 퇴진 일정을 밝히거나 여야가 제시하는 일정을 아무런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마저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의 사태 발전을 보면서 박 대통령이 탄핵 추진 세력이 분열됐다고 판단할 가능성이다. 탄핵을 둘러싼 공방과 논란으로 애초의 표결 시한인 12월 9일을 넘기게 되면 국가 위기가 더 깊어질 우려가 크다. 그 경우에 어떤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대통령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의 결정권을 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새누리당 비박계는 박 대통령에게 자진 사퇴 시한을 내년 4월 말로 명확히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경우 9일 탄핵안 처리를 철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공을 다시 대통령에게 넘긴 것이다. 대통령이 비박계의 요구를 수용해 헌정사의 오점을 피하고 원만히 국정을 수습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