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의 대미를 장식할 유쾌한 코미디! 지금까지 탄생한 희극 중 손에 꼽을 명작! 셰익스피어의 희극 '실수연발'을 소개할 때면 등장하는 수식어들이다.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은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바로 이 공연을 선택했다. 2016년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로 올 한 해 그의 다양한 작품이 무대에 올랐지만 '실수연발'은 관객과 처음 만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극 '실수연발'은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형제와 그들의 쌍둥이 하인을 중심으로, 오해와 해프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을 웃고 울게 해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가족이 알고 보니 가까운 곳에 살아있고, 오랜 기간 원수로 지내온 두 집안의 자녀들이 사랑에 빠지면서 서로 화해한다. 부와 권력을 갖기 위해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지만 결국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승리한다는 내용이다. 셰익스피어가 이미 400년 전에 쓴 이 작품은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의 줄거리처럼 다가온다.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배신과 복수 등 인간 본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그의 작품은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을 울고 웃게 해왔다.

제대로 된 코미디를 선보이기 위해 올 상반기 '국물 있사옵니다'로 탁월한 코미디 감각을 보여준 서충식, 남긍호 콤비가 다시 뭉친다. 공동 연출을 맡은 서충식, 남긍호 연출은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요즘, 관객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주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잠시라도 힘들고 무거운 일상과 현실을 떠나 다른 세계, 다른 이야기를 경험하며 좋은 에너지를 받아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슬랩스틱과 언어유희가 끊이지 않는 이번 공연에는 지난 1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국립극단 시즌단원 18명이 총출동한다. 배우들은 완벽한 앙상블과 유쾌한 에너지로 웃음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는 특별히 배우들이 공연 중 라이브 밴드로 등장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김윤철 예술감독은 "'실수연발'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는 마지막 작품으로, 그의 죽음을 비극처럼 슬퍼하며 받아들이기보다 수많은 희곡을 우리에게 남겨준 셰익스피어와 함께 축제를 즐기는 기분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식 인간의 정체성 발견

'실수연발'은 이 위대한 극작가의 첫 희곡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세계적인 문학 비평가 헤럴드 블룸이 "'실수연발'의 완숙한 극작기법을 보았을 때 셰익스피어의 수습 작품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그러나 여러 기록에 따르면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습작기인 1592~1593년 사이에 쓴 것으로 추정되며, 1594년 12월 28일 런던의 그레이스 인 법학원 Gray's Inn에서 법관들과 법대생들을 대상으로 초연됐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 이전에 나온 작품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이 매우 흔한 일이었으며, '실수연발'은 로마시대 희극작가 플라우투스의 소극 '메나에크무스 형제 Me naechmi'에서 '쌍둥이로 인한 해프닝'을 차용하는 등 이미 여러 작품에서 모티브로 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가 지금도 위대한 작가로 인정받는 것은 과거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단순히 합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이야기 속 인물과 사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유기적으로 연결하면서 플롯의 긴장감을 더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극들이 그렇듯이 '실수연발'은 익살스러우면서 마술적인 면, 비극적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이 단지 웃고 즐기는 소극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그가 이 이야기 속에서 인간성의 재발견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시라큐스의 안티포러스를 통해 정체성의 고민을 분명히 보여준다. 인간의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얼마나 크게 좌우되는지, 개인의 정체성과 신뢰 관계가 위협당할 때 가족과 사회적 관계가 얼마나 급속도로 와해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는 오해와 해프닝 사이사이에서 적절하게 보여준다.

◇슬랩스틱과 언어유희가 만들어내는 상황희극

관객들은 처음부터 안티포러스 형제와 드로미오 형제가 오래전 헤어진 쌍둥이라는 상황을 모두 알고 공연을 보는 반면, 극중 배역들은 일부 정보만 알기 때문에 자신 앞에 놓인 상황을 당황스러워한다. 당사자는 황당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지켜보는 관객들에게는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러한 상황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희극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타고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국립극단의 '실수연발'은 공연 소요시간이 약 2시간 15분(휴식 15분 포함)으로 요즈음의 여타 공연과 비교해봤을 때 소요시간이 긴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총 문장수는 1777행으로 현존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가장 짧다. 12월 3일~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며, 티켓가격은 2만~5만원이다.

또한 국립극단에서는 할인된 가격에 공연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와 3인 이상 관람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예매 및 문의 www.ntck.or.kr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