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노래한 '소네트'… 권력 풍자詩로 재탄생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6.11.25 03:00

    韓英 시인·만화가 짝 이뤄 셰익스피어 詩 '소네트' 재창작

    소네트 145번을 재해석한 심보선 시인의 시를 영국 만화가 마크 스태퍼드가 구현한 만화.
    소네트 145번을 재해석한 심보선 시인의 시를 영국 만화가 마크 스태퍼드가 구현한 만화. /영국문화원

    "당신이 떠난 후로 내 눈이 매일 속임수를 씁니다… 무엇을 봐도 한 가지 생각이 떠나지 않아요."

    이것은 셰익스피어에게 보내는 축전이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 사후 400주년을 맞아 두 쌍의 한국과 영국 시인·만화가가 손잡았다. 한국 시인 심보선·영국 만화가 마크 스태퍼드, 영국 시인 벤 윌킨슨·한국 만화가 원성구가 짝을 이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변형해 현대시를 쓰고, 그것을 만화로 옮긴 것이다. 이름하여 '소네트 익스체인지'(Sonnet Exchange). 24일 서울 한남동에서 낭독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영국문화원 서미선 아트매니저는 "고전의 현대적 재창작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소네트는 1행에 10음절로 구성된 14행짜리 정형시로, 셰익스피어는 모두 154편의 소네트를 남겼다. 이 중 양국 시인이 고른 건 113번과 145번.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뒤 눈에 오로지 그 사람만 보이는 심경을 읊은 113번 소네트를 벤은 같은 주제 의식 안에 현대적 표현으로 새 단장 했다. 정인에게 "밉다"(I hate)고 말한 뒤 미안한 마음에 "당신이 아니야"(not you)라고 말하는 순간을 읊은 145번 소네트는 심씨에 의해 '권력의 목소리'라는 시로 재탄생했다. "권력의 입속에 숨어 있는 괴물 한 마리/ 어느 날 그것이 '싫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두려움에 떨었지/… '너는 아니야' /이 얼마나 효과적인 통치의 기술인가."

    만화는 지난 한 달간 매주 한 번꼴로 화상통화를 나누며 의견을 교환한 결과물이다. 마크는 호러 장르의 그래픽노블을 연상시키는 화풍으로, 원씨는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끌어올렸다. 원씨는 "이미지로 구현하기 쉬운 소네트를 함께 고르고, 그 시각적 효과를 최대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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