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바이러스 폭풍' 대비해야"

조선일보
  • 박돈규 기자
    입력 2016.11.25 03:00

    [에이즈 원인 HIV 발견 바레-시누시]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
    "바이러스, 국경도 못 막아… 기후 변화 등 관심가져야"

    "지난해 한국을 괴롭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과거에도 있었다. 생활 패턴과 기후의 변화가 감염병 창궐을 돕는다. 에볼라나 지카 바이러스도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에 있었지만 가난한 나라들이라서 주목받지 않았을 뿐이다. 당신이 해외여행을 할 때 바이러스도 함께 여행하는 셈이다."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HIV)를 발견해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69·프랑스) 박사가 방한했다. 올겨울에도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강타하는 중이다.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바레-시누시는 "그런 바이러스는 주기적으로 나타난다"며 "위생과 예방에 신경 써야 하고 결국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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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박사는“에이즈처럼 새로운 감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나 정치·사회·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그는 국제에이즈학회 회장 등을 지냈고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에서 지난해 은퇴했다. 이날 오후 서울대에서 강연했고 25일 저녁에는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교보인문학석강'을 연다. 바레-시누시는 "내 인생을 연구에 바쳐 중요한 발견을 하고 사람들을 살렸을 때 가장 큰 선물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가족은 있나?

    "남편과는 사별했다. 아이는 갖지 않기로 해서 없다. 내 가족은 연구실이었다."

    ―1983년 에이즈 바이러스를 발견한 순간 어떤 기분이었나?

    "연구는 긴 시간에 걸쳐 결과가 드러나기 때문에 순간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내가 발견한 바이러스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걸 알았을 땐 그것이 인류에 위험한 질병이라는 걸 몰랐다. 에이즈는 1984~85년에야 감염성 높은 질병이라는 게 알려졌다."

    ―지금 에이즈는 통제의 관점에서 어떤 단계에 있나?

    "진료·예방·치료에 효과적인 도구는 개발됐지만 아직은 백신도 완치법도 없다. 에이즈 환자는 세계적으로 약 3700만명이 있지만 그중 1700만명만 치료를 받고 있다. 감염자의 30~50%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문명은 최첨단을 질주하지만 재난을 부르는 병원균에 대한 지식은 빈약한 것 같다. 한국도 신종플루, 메르스 등으로 대혼란을 겪었다.

    "바이러스는 국경도 막지 못한다. 현재는 자국(自國)이 타격을 받아야 관심을 기울이는데 앞으론 달라져야 한다. 아프리카에 등장한 어떤 감염병이 '강 건너 불구경'일 수가 없다. 기후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열대지방에 나타나는 뎅기열이 최근엔 지중해 연안서 발견됐는데 앞으론 말라리아도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기적과 같은 답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요 위험 지역에 '병원균 파수꾼'을 배치하고 감염병의 준동을 관찰하고 있다. 감염 인자의 이동, 기후변화, 인구 이동 등을 빅데이터 삼아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질병 제로(0)'는 불가능하다."

    ―한국 과학자들에게 조언한다면.

    "과학자는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연구는 본인이나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위한 것이다. 끈기 있게 매진하면 모든 장애물을 넘고 기쁨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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