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정보] 탄핵 속도내는 野... 조기대선으로 개헌 무력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한 강연에서 "이번 (최순실) 사태를 두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라는 분도 있는데 헌법에 무슨 죄가 있느냐"고 했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논리로 개헌에 반대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21일엔 "개헌이 필요하지만 다음 정권에서 해야 한다"고 했었다. 평소에도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최순실 사태로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말을 바꾸는 것 같다. 심지어 민주당이 개헌 논의를 막기 위해 대통령 탄핵을 서두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 전 대표가 '정권을 잡을 바엔 지금 헌법으로 패권을 휘둘러보겠다'는 생각이라면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모든 대통령이 단 한 명 예외 없이 말년에 비참한 몰골이 된 전례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 모두가 '나는 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전원이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최순실은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 뒤에서 호가호위한 것이다. 역대 대통령 친·인척 비리도 전부 그랬다.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지 않으면 이런 사태는 끝없이 반복된다. 여야 간의 무한 정쟁(政爭)과 국정 표류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할 것이다.

20대 국회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는 196명이 가입해 있다. 4명을 더하면 개헌안 의결 정족수를 채운다. 그런데도 문 전 대표와 민주당 때문에 막혀 있다. 우리 현행 권력 구조의 문제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헌 필요성을 얘기하다가 자신이 대통령 될 가능성이 생기면 그때부터 개헌에 반대한다. 선거에 변수가 생기는 것도 싫고 권력도 온전하게 휘두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개헌에 소극적이다.

두 사람 모두 탄핵 정국이 개헌으로 희석돼 선거에 유리한 점이 사라질까 봐 걱정한다고 한다. 탄핵과 개헌은 별개 문제다. 내달 초 탄핵이 발의되면 탄핵은 그것대로 진행되고 그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때가 개헌을 논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합의가 되면 새 헌법으로 대선을 치르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각 대선 후보들이 다음 정권에서 개헌을 완수하겠다는 공약을 하면 된다.

늦어도 내년 1월에는 국회 차원에서 개헌특위를 발족해 개헌 논의의 장(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여야 원내대표 간에도 국회개헌특위 설치 시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4일 "여야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대로 개헌특위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개헌론자인 정세균 국회의장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개헌은 대선에서 누구에게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다. 그럴 까닭이 없다. 그래도 문 전 대표가 끝까지 막아선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여러 대통령이 개헌을 국민에게 공약한 뒤에 당선되면 말을 바꿨다. 이번엔 그럴 수 없도록 번복이 불가능한 수준의 약속과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희생을 치르고도 기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못 바꾼다면 나라에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