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철학자인 한자경(57·사진) 이화여대 교수가 '심층마음의 연구'(서광사)를 펴냈다. 칸트를 중심으로 한 서양 인식론, 심리철학, 진화론 등과 세친(世親)·원측(圓測) 등 고대 불교철학자, 김동화·이기영 박사, 대행·수불 스님 등 현대 한국 불교의 이론·수행자를 비교·검토하면서 자아와 세계의 근원이라고 생각되는 '심층마음'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한 교수는 이화여대 철학과에서 학사·석사를 받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 유학해 칸트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계명대를 거쳐 모교 교수로 가르치면서 동국대 불교학과 대학원에서 의식과 심리를 다루는 유식학(唯識學)으로 다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간의 감각은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5감(五感)으로 이뤄진다. 이런 감각을 통해 얻어지는 자료를 판단하는 생각·사유를 '마음'이라고 부른다. 불교는 마음을 외부의 대상을 인식하는 '제6의식'과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제7말나(末那·산스크리트어 manas의 음역)식'으로 나눈다.
한자경 교수에 따르면 서양철학은 대부분 제6의식의 분석에 머물고 있다. 칸트·라이프니츠·헤겔은 '자아' '소우주' 등 제7말나식의 존재를 언급하지만 본격적으로 파헤치지는 못했다. 제7말나식에 대한 분석은 정신분석학이나 현대심리학에 이르러 '무의식' '잠재의식'으로 구체화됐다. 이들은 무의식을 개인적 경험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불교는 제6의식과 제7말나식의 밑에서 작동하는 근원적인 또 하나의 마음을 말한다. '제8아뢰야(阿賴耶·산스크리트어 ālaya의 음역)식'이다.
한 교수는 제6의식과 제7말나식을 표층의식, 제8아뢰야식을 심층마음으로 구분한다. 표층의식은 심층마음이 작용한 것이라고 본다. 표층의식만 따지면 인간은 분리된 자아이지만 심층마음은 서로 연결돼 소통하는 '불이(不二)의 존재'이다. 이런 심층마음을 불교는 '일심(一心)' '한마음'이라고 부른다. 한국 불교, 특히 간화선(看話禪)은 심층마음의 활동을 강조하고 직접 체험을 중시한다.
한자경 교수는 신(神)이나 이데아(Idea)처럼 개체 너머에 존재하는 초월자(超越者)를 상정하는 서양 전통을 비판한다. 마음을 두뇌의 신경세포가 활성화돼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보는 현대 뇌과학도 비판한다. 한 교수는 "그런 주장들은 인간을 마음이 없는 허수아비로 만든다"고 말했다.
입력 2016.11.24. 03:00업데이트 2016.11.2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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