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퇴진할 정도의 不法은 없다… 숨은 지지층 있다' 판단한 듯

입력 2016.11.17 03:00 | 수정 2016.11.17 08:10

[최순실의 국정 농단]
수세 몰렸던 朴대통령, 3차 촛불 이후 왜 공세로 전환했나

與주류 "드러난 불법 크지 않다, 재단 모금도 선의의 부탁일 뿐"
"촛불에 100만명 나왔다지만 자발적 참여는 훨씬 적어" 주장
시간 지나면 지지층 재결집 기대… 보수 원로 인사들 조언도 영향
非朴 "일부 말 듣고 착각하는 것"

청와대가 지난 12일 대규모 촛불집회 이후 오히려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親朴)계 지도부도 청와대의 기류에 맞춰 강공 모드다. 1차적으로는 청와대 자체 검토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 정도가 하야(下野)를 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동안 웅크려 있던 전통적인 박 대통령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도 보고 있다. 그러나 야당과 비박(非朴)계에선 "일부 지지층 말을 듣고 청와대가 착각을 하는 듯하다"고 했다.

촛불 시위 후 오히려 분위기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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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모드로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카자흐스탄 대통령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청와대는 16일 “박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에 대한 신속·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최순실 사태' 이후 지난주까지는 '낮은 자세'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해 주면 '김병준 총리 카드'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면담을 지켜본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정 의장과의 면담 때 말을 거의 안 할 정도로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며 "정 의장이 몇 차례 '말씀을 좀 하시라'고 하는데도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달라'라는 말만 반복할 정도로 풀이 죽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났던 원로들도 "얼굴이 너무 안 좋아서 시국과 관련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조심스러울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하야는 헌정이 중단되고 국가적 혼란을 부른다"는 논리 등을 들며 퇴진 요구에 선을 그었다. 16일에는 외교부 2차관 인사도 하고, 법무부에 부산 엘시티 관련 수사 지시도 했다. 거의 평소와 같은 업무를 재개한 것이다. 다음 주에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크지 않다"고 인식

이 같은 청와대와 친박의 기류에는 우선 박 대통령의 불법 혐의가 하야나 퇴진을 할 정도로 중(重)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한다. 한 친박 의원은 "최순실이 연설문을 수정해 줬지만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고, 대통령은 '좋은' 의도로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을 부탁한 것일 뿐"이라며 "검찰 수사에서도 대통령이 재단에 모인 돈을 사적으로 유용하려 했다는 진술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이 검찰 수사와 특검을 모두 받겠다고 한 만큼 수사 결과 잘못이 있다고 나오면 그때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라며 "그 이전에는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국정을 챙기는 게 맞는다"고 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퇴진할 정도로 무겁지 않다는 게 여권 주류의 생각이라는 얘기다.

또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는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지금 촛불 집회가 거세 보이지만, 미국 대선에서처럼 이른바 '샤이 트럼프(Shy Trump·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지 못했지만 트럼프를 뽑은 사람들)'들도 많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드러나지 않은 '샤이 박근혜' 층이 있다는 뜻이다. "100만 촛불집회라고 하지만 자발적으로 온 사람은 훨씬 적을 것"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층들이 답변을 안 하기 때문에 훨씬 낮게 수치가 나오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시위 때 나온 구호나 집권한 듯 행동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고 그에 대한 역반응으로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고도 보고 있다.

분위기 반전 가능하다고 판단

박 대통령이 하야에 선을 긋고 국정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로 한 데에는 일부 보수 성향 인사들 조언이 역할을 했다는 관측도 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 이후 여러 방법으로 각계 원로나 여론 주도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그중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조언자들은 "물러날 만큼 큰 잘못도 아니고, 지금 물러나면 나라만 더 혼란해진다" "과거 대통령들 비리는 더 크고 심각했다"는 등의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법률 전문가들이 "법대로 해결하자면 탄핵이 정도(正道)"라고 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여기에 '친박 핵심'들이 이 같은 일부 지지층 여론을 전하면서 "여기서 물러나면 모든 의혹이 다 사실처럼 되고 우리는 영원히 죄인으로 살아야 한다"며 "잘잘못을 분명히 가리자"고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핵심 인사들은 "만약 검찰 조사나 특검 등에서 불법 혐의가 드러나면 그때 '탄핵'으로 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과 비박계에선 "상황 판단 착오"라고 하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대통령과 친박계가 민심을 안일하게 보고 아직도 자신들이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간을 벌어 지지층을 모아보겠다는 것 같은데,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온건 성향의 한 야당 의원은 "이러다가 정말 청와대로 시위대가 몰려가는 상황이 될까 우리가 걱정"이라며 "10% 골수 지지층을 안고 '제2의 친박연대'를 만들어 생존을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관 정보]
청와대 "퇴진·하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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