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트럼프 시대 國軍이 넘어야 할 삼각파도

    입력 : 2016.11.16 03:08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트럼프의 대선 출사표로 불리는 '불구가 된 미국: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Crippled America: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읽은 적이 있다. 중·고생이면 이해할 쉬운 단문(短文)으로 단순 명쾌하게 주장을 내세운 것이 인상적이었다. 국제 정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미국의 평범한 시민이라면 트럼프를 찍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실제로 당선 고지까지 점령할 줄은 몰랐다.

    트럼프가 당선되자 그의 한반도 정책을 두고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 핵 등에 대한 그의 발언이 극과 극을 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가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우선 그가 사업가 출신으로 동맹의 가치보다는 철저하게 돈(비용) 위주로 접근하리라는 점이다. 후보 시절 그의 선거용 발언에 너무 심각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된다. 트럼프는 벌써 '한·일 핵무장 용인' 발언 등에 대해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뒤집고 있다. '모 아니면 도'인 그의 성격 때문에 정책이 냉·온탕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의 독단적이고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십 스타일로 볼 때 참모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챙길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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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DB
    트럼프 집권 이후 대두될 우리의 핵심 국방안보 이슈로는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규모 및 역할, 전작권(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확장 억제 및 핵무장 문제 등이 꼽힌다.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9441억원으로 전체 주둔 비용의 절반에 육박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의 기본 정책이나 미국 여론 흐름이 신(新)고립주의, 비(非)개입주의이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개입을 줄이려 할 것도 불 보듯 뻔하다. 그동안 미 항모 전단(戰團), 전략폭격기 등의 한반도 임시 배치(출동) 비용은 모두 미측에서 부담해왔지만 트럼프는 일정 부분 우리 측의 분담을 요구할 수도 있다. 지난 2013년 B-2 스텔스 폭격기 2대가 미 본토에서 한반도 상공으로 출동해 왕복 비행하는 데에만 60여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어떤 경우든 우리 돈이 더 많이 들어가고 우리 군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럼 과연 우리 사회와 군은 이런 변화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을까? 우리 국민은 국방비 증액에는 대체로 매우 인색한 편이다. 오는 2020년대 중반쯤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20년대 초반으로 앞당기면 우리 군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2014년 한·미 국방장관 회담 때 전작권이 사실상 무기 연기되면서 한국군 수뇌부의 전작권 문제에 대한 절박감은 '제로'에 가까워진 상태다.

    우리 군은 북 핵·미사일 개발 가속화 등 북한 비대칭 위협과, 병력 감축 등의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이렇게 삼각파도를 맞은 한국군이 살아남을 길은 미군 의존도를 줄이고 철저한 체질 개선을 추구하는 국방혁신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에서 차기 대권 주자들과 군은 한시가 급해진 국방혁신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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