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2선 후퇴·퇴진 없고 탄핵 감수하겠다"니

조선일보
입력 2016.11.16 03:15

요 며칠 사이 박근혜 대통령 주변의 기류가 달라지는 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을 제의했다 철회한 이후엔 더 공세적으로 나왔다. 야당 대표의 헛발질을 반전(反轉) 기회라 생각한 듯하다.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일방적 회담 취소 통보는 유감"이라며 "야당도 정국 정상화를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최순실 사태 이후 청와대에서 "유감" "촉구"와 같은 말이 나온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주 청와대는 헌법 71조를 토대로 거국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대통령은 상징적 존재로 남는 방안을 전문가들에게 문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략적 접근"이라고 비난했다. 청와대는 국회 추천 총리가 과도 내각을 관리하고 대통령 임기를 단축해 조기 대선(大選)을 치르자는 야당과 여권 일부의 제안도 거부했다. "100만명 규모의 촛불 집회가 열려 퇴진을 요구하면 다른 대통령들도 관둬야 하느냐" "퇴진은 정치적 구호"란 말도 했다.

이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자신의 퇴진을 요구한 여당 대선 주자들을 싸잡아 "(지지율이) 다 합해서 9%도 안 되는데 자기 앞가림도 못 하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 지지율 5%'에 대해선 "회복될 수 있는 지지율"이라고 했다. 비주류 측 퇴진 요구에 "제발 시간을 달라"고 하던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렵다.

대통령이 모든 가능성을 닫으면 탄핵 외에 다른 길이 없어진다. 야당도 후퇴하기 어렵다. 결국 검찰의 대통령 조사에 이어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이 발의되는 길로 들어설 것이다. 청와대 인사들은 탄핵에 대해 "원하진 않지만 국회가 추진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지금의 청와대 기류를 보면 마치 '할 테면 해보라'는 것으로 들린다.

박 대통령 주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앞으로 촛불 집회가 폭력 사태로 이어져도 불리할 것이 없고 탄핵 절차 중에 국론이 분열되는 것도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퇴진도 2선 후퇴도 없다는 청와대 태도는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는 일종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집회가 격렬해질 수 있다. 탄핵 절차가 개시되면 또 고비마다 여론이 들끓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 돌아올 수 있다고 계산했다면 참으로 무책임하다.

모두가 '탄핵'을 너무 쉽게 입에 올리고 있다. 탄핵은 헌법에 규정된 절차이긴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하는 최후 최악의 경우다. 여·여 충돌, 여·야 충돌에 이어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길게는 6개월 이상 국정이 마비된다. 그에 따른 혼란은 예상하기도 힘들다. 탄핵으로 결론 나면 박 대통령은 역사에 오점으로 남게 되고, 그 반대면 사회 갈등이 장기화한다. 파국적 상황을 피하려면 대통령 2선 후퇴와 거국 총리에 의한 개헌, 조기 대선(大選) 등 가능한 수습책의 문을 닫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국민 앞에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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