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황보령, 어느새 6집 “당신 지금 올바른 정신인가요?”

  • OSEN
    입력 2016.11.15 13:45


    [OSEN=김관명 칼럼] 황보령을 만났다. 인터뷰가 끝나고 소주도 한잔 나눴다. 그녀의 음악은 여전히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언젠가 세상에 나올 묵직한 가사들의 민낯이었다.

    일단 지난 2014년 2월 황보령이 내놓은 EP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에 대한 음반 리뷰 중 일부를 옮겨본다. 황보령을 모를 수도 있는 선량한 음악 팬들을 위해서다. 필자가 썼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5번트랙 '어디로(feat. 진선)'를 위한 전주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선의 반도네온이 일궈내는 쓸쓸한 탱고 분위기야말로 이 앨범의 백미다. 황보령의 보컬 역시 그 강도를 더욱 높여 스피커에서는 황무지에서 불어오는 무지막지한 모래바람이 느껴질 정도다. 아니, 이건 그냥 절규다. 반도네온과 칼칼한 보컬의 조합, 감내할 수 없는 황량한 분위기 때문일까. 지난 2013년 야야의 2집 '잔혹영화'에서 가장 혹독하게 청자를 잡아맸던 'Truth', 아니면 1998년 황보령의 1집 1번트랙 '탈진'이 그대로 연상된다. 이쯤 되고 보면, 황보령은 자신의 보컬마저 앨범의 대체불가한 통울림 악기로 활용했음이 명백하다. 아, 노래 한 곡, 앨범 한 장 듣다가 또다시 돋는 이 소름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이 ‘솔로’ 황보령의 작품이었다면, 최근 나온 ‘Urbane Sanity’는 어느새 그녀와 한몸이 된 밴드 ‘SmackSoft’와 함께 한 정규 6집이다. 새 앨범이라는 현미경을 통해 황보령과 SmackSoft의 세계를 조금은 찬찬히 들여다봤다.

    황보령, 황보령=SmackSoft 바이오그래피 및 디스코그래피

    = 1970년 2월26일생

    = 1985년 미국 이민

    = 1990년 뉴욕 프랫 인스터튜트(Pratt Institute) 입학(2007년 졸업. 조소 전공)

    = 1990년 대학친구 커크와 듀오 Sun&Fish 결성, 뉴욕서 버스킹

    = 1993년 이상은 5집 수록곡 '여름밤' 작사작곡, '언젠가는' 피처링

    = 1994년 황신혜밴드 권유로 클럽 곰팡이에서 첫 공연

    = 1995년 이상은 6집 '공무도하가' 뮤직디렉팅 참여

    = 1996년 '황보령과 유력한 형님들’ 결성 : 황보령(보컬 기타), 최임식(기타), 김책(드럼), 강민(이펙터)

    = 1997년 김동섭 '오즈 오로라' 수록곡 '원더우먼' 참여

    = 1997년 인디레이블 도시락특공대 컴필레이션앨범 '도시락특공대'에 '외발 비둘기' 발표

    = 1998년 1집 '귀가 세개 달린 곤양이' 발표

    = 2001년 스맥소프트(SmackSoft) 결성 : 황보령(보컬 기타), 윤성훈(기타), 이민정(베이스), 허쉬(드럼)

    = 2003년 2집 '태양륜' 발표

    = 2008년 2.5집 'SmackSoft' : 황보령(보컬 기타), 박종근(기타), 정현서(베이스), 박진선(키보드)

    = 2009년 3집 'Shines In The Dark' 초반 발표

    = 2010년 3집 ‘Shines In The Dark’ 재반 발표 : 새로 그린 재킷 아트웍 수록

    = 2010년 4집 'Mana Wind' 발표 : 황보령(보컬), 윤성훈(기타), 정현서(베이스), 서진실(드럼), 박진선(키보드)

    = 2012년 5집 'Follow Your Heart' 발표 : 황보령(보컬), Rainbow99(기타), 신지용(베이스), 서진실(드럼), 강하늘(키보드)

    = 2016년 6집 ‘Urbane Sanity’ 발표 : 황보령(보컬), 최희재(기타), 신지용(베이스), 넬슨JR(드럼)

    = 같이 사는 페르시안 고양이 ‘바우' ‘바하’

    = 앨범 재킷이 근사하다.

    “김중만 작가가 해주셨다. 앨범 수록곡 ‘not a love song’이 바닷가 느낌이 나는 곡인데, 김중만 선생님이 전화로 “이번 작업은 서해안에서 하자” 해서 하게 됐다. 의상도 다 준비해놓으셨더라. 나는 기타만 달랑 하나 들고 갔다.(웃음)”

    = 앨범을 들으면서 자세한 얘기를 나눠보자. 앨범 제목 ‘Urbane Sanity’, 이게 무슨 뜻인가.

    “‘urban’은 ‘도시’라는 뜻이다. 여기에 ‘e’가 붙으면 ‘멋진, 세련된, 근사한’이라는 뜻이 된다. ‘sanity’는 ‘정신’이라는 뜻이고. ‘insane’(정신나간)이라는 단어도 있잖은가. 예전, 사람들이 상경을 하면서 꿈꿨던 도시의 이미지, 그게 바로 ‘어베인 새니티’가 아닐까. 한마디로 ‘올바른 정신’이라는 뜻이다. 그런 정신을 갖고 있나?”

    = 노력 중이다(웃음). 첫곡 ‘together’는 역시 앨범을 여는 서막 느낌이다.

    “이 곡은 이런 내용이다. ‘당신은 당신의 삶 안에 온전하게 존재하고, 나는 나의 삶 안에 온존하게 존재한다. 그러니 우리는 더욱더 함께 해야 한다. 각자 삶이 바쁘지만, 그건 그것이고, 우리는 같이 해야한다.’ 이 앨범을 함께 하고 싶다는 의미도 담아서 1번트랙에 배치했다.”

    = 아까 말한 ‘not a love song’이다. 처음엔 ‘러브송이 아닌 노래’로 알았는데 가사를 들으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게 아니라 시원한 바람과 햇살을 사랑한다는 얘기다. 흔한 연애나 사랑 노래가 아니라는 뜻에서 ‘not a love song’이다. 원래 이 곡은 2014년 6월 발매할 예정이었으나 3월에 SWSX(세계 3대 음악페스티벌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 갔다오고 4월에는 암스테르담 공연도 초대 받아서 갔다오는 바람에 못냈다. 세월호 사건 때문에 기분도 안났고. 이 곡 드럼(서진실)이 지금 멤버(넬슨JR)와 다른 건 이 때문이다.”

    = ‘beyond sorrow’는 웬지 친숙하다.

    “안전지대의 ‘슬픔이여 안녕’에서 영감을 받았다. 가사를 보니까 너무 좋더라. 우리말로 하면 어떨까 싶었다. 슬픔이라는 것은 어떤 감정일까 평소 궁금했다. 상실감? 외로움? 세상으로부터 혼자 떨어져 있다는 느낌? 아,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꽂힌 노래가 있다. 나카시마 미카의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이다. 요즘 내가 이래저래 기분이 안좋은데 유튜브에서 이 노래를 듣고는 너무 좋아서 그냥 울어버렸다. 지금 한번 유튜브에서 찾아봐라.”

    (유튜브에서 찾은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은 나카시마 미카가 무대에서 열창하는 실황 버전인데 우리말 자막이 붙어있었다. ‘갈매기가 부둣가에서 울었기 때문에’ ‘생일에 살구꽂이 피었기 때문에’ 같은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자살을 수십번 결심했다는 주인공이 결국 최근에 만난 당신 때문에 삶에 대해 기대를 갖게 됐다는 내용. 반전이 기막히다.)

    = 대단하다. 망치로 세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카뮈처럼 부조리한 세계를 노래하다 막판에 그런 식으로 터트릴 줄이야. 가사가 너무 좋다. 나도 이런 가사를 쓰고 싶다.”

    = 진도 나가자(웃음).

    “하하. ‘night sky_저녁하늘’은 예전 ‘탈진’(1998년) 때 이미 만들어 놓았던 곡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어디를 향해 가다가 하늘을 본다. 요즘은 별도 흐리다. 도시에서는 흙이나 나무 보기가 힘들다. 그런데 거리에서 우연히 풀 한포기를 발견한 것이다. 그 풀 한포기를 꼭 잡고 싶다는 내용이다.”

    =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그러고 보니 이 곡이 타이틀곡이다.

    “맞다. 소중한 것을 자꾸 잃어만 가는 그런 느낌을 담았다. 뉴욕 맨해튼은 공원에 가지 않는 이상 나무 구경하기 힘들다. 이 노래를 썼던 게 20대 초반이었으니 지금보다 더 늙은이 같은 소리를 했던 것 같다(웃음). 너무 우울한 분위기라 음반으로 내게 될 줄은 몰랐다. 아시안체어샷의 황영원이 피처링을 해줬다.”

    = ‘사랑했어요’는 듣다가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절규가 아니라 통곡이다.

    “고(故) 김현식은 김중만 선생님이 좋아하는 선배였다. 예전 SBS 주최로 추모공연이 있었는데 그때 ‘내 사랑 내 곁에’와 함께 불렀었다. 가사 안보고 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한국노래다. 이 곡의 피아노는 장경아라는 친구가 쳐줬다.”

    = ‘remember_dreamer of myths’는 가사가 절절하다.(특히 이 대목, time that the ocean swallowed/ tender screaming for your love)

    “하나님에 관한 노래다. 하나님한테 말하는 노래다. 정말 우리들을 사랑한 것 맞느냐고 따지는 노래다. 바다가 삼킨 시간, 당신의 사랑을 갈구한 여린 영혼들. 맞다. 세월호 얘기다. 앞으로 미국에서 다시 만져볼 노래가 바로 이 곡이다. 뮤직비디오도 만들 것이다.”

    = ‘apple_선악과’는 어떤 곡인가.

    “‘apple_선악과’는 2집 때(2003년) 실렸던 곡이다. 그런데 당시 기타 연주자 표기가 잘못돼서 노브레인의 보보 대신 윤성원으로 나왔다. 이것을 바로 잡기 위해 집어넣은 이유도 있다(웃음). 한국에 있다보니 한방에 훅 가는 경우가 진짜 많은 것 같다. 선악과도 그랬다. 뱀의 꼬임에 빠져 잘못먹었다가 아담과 이브가 한방에 훅 갔다(웃음).”

    = ‘you are there_R.I.P.’ 크레딧을 보니 신디사이저에 ‘바흐’로 돼있다. 지금 키우는 고양이 바흐가 맞나?

    “맞다(웃음). 신디사이저로 미디 작업을 하는데 바흐가 건반 위에서 움직이질 않았다. 그야말로 꿈쩍도 안하더라. 그런데 음악을 틀어줬더니 두 키를 한 발로 누르기 시작한 거다. 그것도 박자에 맞춰서. 그러다 마지막 소절에서 갑자기 일어나더니 뒷발로 ‘도 미 솔’을 치고는 사라졌다. 이게 다 녹음됐다. 이 곡은 제목 그대로 추모곡이다. 마이클 잭슨, 데이빗 보위, 휘트니 휴스턴, 로빈 윌리엄스, 프린스 등 저 세상으로 가신 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물론 지난해 겨울 돌아가신 아버지도 포함해서. 주위에서 ‘너의 화두는 삶과 죽음이냐’라고 물어보시던데, 이 곡을 만든 후에는 그런 화두는 사라졌다. 앞으로 세상을 너무 슬프고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을 것 같다.”

    = 맞다.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긍정과 사랑의 기운이 넘치는 것 같다.

    “심지를 가지고 어디 휩쓸리지 말고 올곧고 멋지게 살자는 곡들이 많다. 그래서 ‘올바른 정신’이 제목인 거다(웃음). 조금 살고 봤더니 세상이 별 것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꿀 수 있는 꿈을 주위사람들과 함께 하면 그나마 이 세상이 덜 힘들지 않을까 싶다. 같이 하면 즐거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많이 담았다.”

    = 긴 시간 인터뷰 감사드린다.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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