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미르재단 설립 늦어지자 안종범 전 수석 강하게 질책…이후 재단 설립 일사천리 진행

입력 2016.11.14 09:05 | 수정 2016.11.14 16:41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 거액의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뉴시스

작년 미르재단 출범 당시 실무 준비가 늦어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가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사정 당국 관계자 말을 인용해, ‘최순실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는 작년 10월 박 대통령이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구속)에게 미르재단 설립 준비 상황을 물었으나 실무 준비가 거의 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듣고 역정을 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과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 등으로부터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의 구상, 준비, 설립 과정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진행 경과를 챙겼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이후 재단 설립 실무를 맡은 전경련과 승인 업무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를 강하게 압박해 재단 설립을 서둘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은 10월 25일 기금을 내라는 공문을 각 기업에 보내고 이튿날인 26일 문체부에 설립 신청서를 냈다. 문체부는 바로 다음 날인 27일 재단 설립을 승인했다. 재단법인 설립 허가에는 통상 3주의 시간이 걸리는데 문체부는 두 재단 설립을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재계에서는 갑자기 정해진 미르재단 출범일에 따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창립총회에 기업 관계자들이 출연증서와 법인 인감을 지참하고 모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그동안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경제단체 주도로 설립된 두 민간재단과 관련해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고 말하는 등 지금까지 두 재단이 민간 주도로 설립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검찰은 조만간 실시할 대면 조사 때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의 구상과 설립 과정에 어느 정도로 관여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 출범에 관해 직접 지시를 내린 증거가 확보될 경우 강제적 모금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씨 측이 두 재단 설립과 운영의 큰 그림을 그려 박 대통령을 통해 문화·체육 정책에 영향을 끼치고 그 안에 자신의 이권 사업을 끼워 넣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이들의 의도를 사전에 알았는지 입증하는 문제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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