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환자 발생하자 길 터주고… 집회 뒤엔 쓰레기 수거

조선일보
입력 2016.11.14 03:00

[최순실의 국정 농단]
1년 전과 180도 달라진 집회… 물대포도 쇠파이프도 없어

지난해 11월 14일 민중 총궐기는 시위대의 쇠파이프와 경찰의 물대포가 맞서는 무법천지였다.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한 일부 시위대가 차벽(車壁)을 무너뜨리기 위해 경찰 버스를 밧줄로 묶어 당겼고, 복면을 쓴 채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보도블록을 깨서 집어던졌다. 이 과정에서 농민 고(故) 백남기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지 317일 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런 광경은 1년 만에 크게 달라졌다. 12일 민중 총궐기 촛불 집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차벽을 넘어뜨리려는 시도도 없었고, 쇠파이프도 등장하지 않았다. 경찰도 방패로 몸을 가릴 뿐 최대한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았다. 살수차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지도 않았다.

이날 오후 6시 30분쯤 내자동로터리의 경찰 차벽 앞에서 한 시민이 탈진해 쓰러졌다. 도로 위를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점령해 차량이 다니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응급 환자' '길 터주세요'라고 외친 덕분에 앰뷸런스가 빽빽한 인파(人波)를 뚫고 응급 환자를 후송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구급차가 지나갈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몸을 밀착시켰다. 현장에 있던 서울 서대문구 주민 강모(여·57)씨는 "우리는 대통령 말고 미운 사람 없다"며 "경찰이건 시위대건 가릴 것 없이 응급 환자는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집회를 마친 뒤 뒷정리도 말끔했다. 광화문광장 부근에서는 허모(여·24)씨가 주변 시민들에게 쓰레기 수거용 비닐봉지를 나눠줬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거둬 간 덕분에 시위가 끝난 13일 새벽 광화문과 서울광장, 내자동 부근엔 쓰레기가 거의 남지 않았다.

출산을 두 달 앞두고 남편과 함께 촛불 집회에 참석한 성지은(31·경기 고양시)씨는 "우리나라엔 훌륭한 국민이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치는 엉망이라지만 그래도 시민이 일류니까 우리 아들이 살아갈 미래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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