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사회부 기자

[째려보고 들어간 우병우 조사마치고 당당히 귀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 서초동 검찰청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사진이 본지에 보도된 7일 아침 검찰은 발칵 뒤집혔다. 검찰 간부들이 이날 오전 내내 대책 회의를 했고, 우 전 수석을 조사했던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이 오후 3시 긴급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엄중한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수사에 임했다"며 "잠깐 쉬는 시간에 (우 전 수석이) 검사에게 '수고 많다'고 덕담도 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사진이 찍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 전 수석이 저녁도 안 먹고 조사에 임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까지 '코미디 같은 해명'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 검사는 "어떤 피의자가 휴식 시간에 검사랑 웃고 떠들며 쉴 수 있느냐"고 했다. 검찰청사에 들어서는 순간 일반 국민은 오금을 펴기도 어렵다. 전직 대통령이나 대기업 회장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행여 검찰의 심기를 거스를까 전전긍긍하면서 연방 "죄송하다"고들 한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90명이 검찰 수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던 기업 오너가 목숨을 끊었고, 올여름 롯데 수사에선 고위급 간부가 자살했다. 그런 검찰 수사를 우 전 수석은 후배 검사에게 "수고 많다"고 덕담을 건네는 여유까지 부리며 마쳤다.

두 달 넘게 이어진 검찰의 우 전 수석에 대한 조사는 줄곧 검찰이 피의자인 우 전 수석에게 쩔쩔매는 양상이었다. 최순실 사태로 우 전 수석이 경질되지 않았다면 그가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우병우 이름 석 자만 나오면 검찰 조직 전체가 가위에 눌리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검찰 인사(人事)를 쥐락펴락하는 '실세 민정수석' 앞에서 검찰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런 검찰의 생리를 잘 아는 우 전 수석이 검찰의 소환 통보를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우 전 수석에 무한 신뢰를 보냈던 대통령은 최근 최순실 사태에 대해 두 번이나 대(對)국민 사과를 했다.

우 전 수석은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 민정수석과 검찰이 제 역할을 했다면 최순실씨가 마음 놓고 국정 농단을 저지르지는 못했을 수 있다. 이 일만으로도 우 전 수석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어야 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사과' 한마디 없이 비리 의혹을 묻는 취재진을 한동안 노려봤다. 이런 우 전 수석을 검찰은 극진히 예우했다. 대통령이나 국민은 안중(眼中)에도 없는 듯한 오만과 불손의 극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