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문제유출… ACT "한국 시험장 26곳 폐쇄"

조선일보
  • 박승혁 기자
    입력 2016.11.08 03:00 | 수정 2016.11.08 09:19

    - '상습 부정행위 국가' 낙인 찍혔나
    12월부터 시험장 1곳으로 통합… 시험 감독관도 ACT서 직접 파견
    종이상자에 밀봉해 주던 시험지, 자물쇠 단 플라스틱 가방에 보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30개국에서 치르는 ACT(American College Testing·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의 국내 시험 방식이 다음 달부터 크게 달라진다. 이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ACT사(社)는 7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올 12월 예정인 시험부터 한국에서는 ACT사가 지정한 한 장소에서만 시험을 치르고 시험 감독관도 본사에서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나라에서 치르는 시험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이 없는,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발표였다. ACT는 SAT(Scholastic Aptitude Test)와 함께 대부분 미국 대학이 요구하는 시험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대입 수능시험이다.

    ACT는 발표문에서 "한국에서 일부 부도덕한 사람들의 범죄 행위(criminal action)가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 노력을 헛되게 하도록 더 이상 놔두지 않겠다"면서 "본사 감독관 입회하에 한 장소에서만 시험을 보게 해 ACT 시험의 보안과 형평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를 사실상 '시험 부정행위 의심 국가'로 낙인찍은 셈이다.

    지난 6월 한국에서 ACT 시험지가 사전 유출된 이후 ACT 본사는 문제지를 기존 종이상자 대신 밀봉형 플라스틱 서류가방에 담아 배송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지난 6월 한국에서 ACT 시험지가 사전 유출된 이후 ACT 본사는 문제지를 기존 종이상자 대신 밀봉형 플라스틱 서류가방에 담아 배송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이 가방을 고강도 와이어로 묶은 다음 비밀번호 자물쇠를 매달아 함부로 개봉할 수 없게 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ACT 국내 시험센터로 지정된 전국 26개 학교에서 각각 치르던 시험이 한 장소에서 통합 실시된다. ACT 측은 지난 5일 국내 센터 관계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다음 달 10일 예정된 시험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치르겠다"면서 "한국에서 반복되는 시험 자료 유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통보했다. 다음 달 시험에 이어 내년 2월·4월·6월 각각 예정된 시험도 모두 한 장소에서, 본사 감독관을 파견해 치를 것이라고 ACT 측은 밝혔다.

    ACT 국내 센터 관계자들은 "올 들어 잇따른 부정행위 의혹이 ACT의 강경 대응 방침을 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1일 치러진 시험 당일 아침에 ACT 측은 "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정황이 확인됐다"며 한국에서의 시험을 전격 취소했다. 지난달 22일 치러진 시험에서는 "작문 주제가 아시아 지역에서 유출됐다"는 이유로 아시아 일부 지역의 작문 과목 점수를 일괄 취소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ACT 측은 부정행위가 일어난 국가를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지만 바로 이튿날인 지난 5일 국내 센터 관계자들에게 한국 시험 장소 변경 등을 통보한 데 이어 7일엔 자사 홈페이지에 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10월 부정행위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국내 전문가들은 말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미국 대입시험 사전 유출 의혹
    기존 ACT 시험은 미국 본사의 인가를 받은 국내 국제학교, 외고 등 26곳에서 치러졌다. ACT 측은 미국 본사에서 종이 상자에 밀봉한 시험지를 2주 전에 국내 시험센터로 전달하는 방식을 썼다. 상자는 시험 당일 아침에 개봉해야 하지만 지난 6월 국내 일부 학교에서 상자를 미리 뜯어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CT는 이후 9월과 10월 치러진 시험부터는 상자 대신 고강도 와이어로 묶은 플라스틱 가방에 비밀 번호 자물쇠를 매달아 전달하는 방식을 쓰기도 했다.

    ACT 시험을 치르는 한 국제학교 관계자는 "학원 강사 출신의 전문 브로커들이 수천만원의 사례금을 주겠다며 문제를 보여달라고 접근한 적이 있다"면서 "6월과 10월 부정행위가 잇따르자 ACT가 '초강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한 영어 학원장은 "시험 장소를 한 군데로 통합하면 지방의 유학 준비생들이 큰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나라 전체 이미지가 나빠져 학생들이 미국 대입에서 '코리안 에누리' 등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ACT뿐 아니라 또 다른 미국 대입시험 SAT 시험에서도 문제지 사전 유출 의혹이 몇 차례 제기됐었다. SAT는 지난 2013년 문제지 사전 유출을 이유로 한국에서 치른 시험 점수를 모두 취소하기도 했다.

    ☞ACT·SAT

    둘 다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으로 ACT는 고교 교육과정에 기초한 학업 성취도를, SAT는 대학 교육에 필요한 학업 적성을 측정하는 편이다. 2015년 기준 미국 고3 학생 192만명(전체의 59%)이 ACT를, 170만명(52%)이 SAT를 봤다. 미국 대학들은 지원자에게 둘 중 하나를 골라 성적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둘 다 제출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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