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비빔밥·청국장… 서민의 한끼, 미쉐린 별을 따다

    입력 : 2016.11.08 03:00 | 수정 : 2016.11.08 14:27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표… '3스타' 만큼 빛나는 '1스타' 3곳

    7일 저녁 9시 서울 서교동 중식당 '진진'. 저녁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자리에 앉지 못하고 입구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만 10여 명이다. 한 시간을 기다려 자리에 앉았다는 김종훈(29)씨는 "오늘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맛보러 왔다"면서 게살볶음·깐풍새우 등 세 접시를 한꺼번에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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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도 반한 사찰음식 - 조계종이 운영하는 사찰 음식점‘발우공양’에서 이스라엘 기업인과 국내 거래처 직원들이 연잎밥과 된장찌개를 먹고 있다. 고기와 오신채(파·마늘·부추·달래·무릇)를 넣지 않는 이곳 사찰 음식은 독특한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외국인 사이에서 인기다. /박상훈 기자
    세계적 식당 평가·안내서인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7일 발간됐다. 별점을 받은 식당 24곳을 포함, 식당 147곳이 실렸다. 별점을 받은 24곳 중 유달리 눈에 띄는 세 곳이 있다. 대부분 "비싸고 맛있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 세 레스토랑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가성비', 전문가도 잘 모르는 '숨은 맛집', 차별성 있는 사찰 요리로 '별'을 받았다. 주인공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중식당 '진진'과 강남구 신사동 진주 향토음식점 '하모', 종로구 견지동 사찰음식점 '발우공양'.

    [중식당 '진진' ★] 멘보샤 1만2000원… "서울서 가성비 최고"

    식빵 사이에 새우를 넣고 튀긴 '멘보샤'
    식빵 사이에 새우를 넣고 튀긴 '멘보샤'
    중식당 진진은 지난해 1월 개업했다. 식당 단골들 사이에선 "넷이서 배부르게 먹고도 10만원이 채 넘지 않는 곳"으로 통한다. 요리의 맛과 재료의 질을 고려하면 놀라운 가성비다. 비결은 '평생 회원제'. 회비 3만원을 내면 평생 식사비를 20% 할인해준다. 회원가로 멘보샤 1만2000원, 깐풍기 1만4400원, 대게살볶음 1만6800원 등 3~4명이 나눠 먹기 충분한 요리를 2만원 이하에 먹을 수 있다. 특히 식사 메뉴 중 물만두의 경우 회원가가 5600원으로, 전 세계에서 미쉐린 별을 획득한 식당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쉐린 별을 받은 식당 중 최저가는 싱가포르 노점상 '홍콩 소야 소스 치킨 앤드 누들'의 간장조림닭고기로 약 3300원(4싱가포르달러)이다. 진진 오너셰프(주인 겸 조리장) 왕육성(62) 대표는 코리아나호텔 대상해, 플라자호텔 도원 등 유명 중식당 총주방장과 한국화교요리사협회 회장을 역임한 한국 중식계 원로 요리사. 왕 대표는 "짜장면·짬뽕·탕수육 말고도 무궁무진한 게 중화요리지만, 고급 호텔 중식당을 찾는 손님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웠다"면서 "식재료는 호텔과 같은 걸 쓰되 인테리어·서비스 인력을 최소화해 단가를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진주향토음식점 '하모' ★] 국내 전문가들도 잘몰랐던 숨은 맛집

    경남 진주의 대표 음식 '육회 비빔밥'
    경남 진주의 대표 음식 '육회 비빔밥'
    진주 향토음식점 하모는 블루리본 서베이나 다이어리R등 국내 유명 레스토랑 가이드에도 소개되지 않은 '숨은 맛집'이다. 하모 박경주(58) 대표는 "미쉐린 평가원이 다녀갔다는 건 알았지만 그저 서울의 외식업계 전체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지 경상도 음식을 하는 우리 식당이 별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사람들이 '경상도 음식은 맵고 맛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숨겨진 보물"이라며 웃었다. 시댁이 경남 진주로, 시어머니에게 진주 토속음식을 배웠다. 가늘게 썬 쇠고기를 얹은 '육회비빔밥', 당면이 들어가지 않고 각종 나물로 만드는 '조선잡채'가 대표 메뉴다. 양념이나 조리법이 강하지 않아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간장이나 된장 등 장을 담그는 데 사용하는 콩도 직접 밭에서 생산한다. 육회비빔밥 1만 2000원, 헛제삿밥 1만원, 된장칼국수 8000원으로 역시 저렴한 편이다. 코스 메뉴는 2만 7000원부터.

    [사찰음식 '발우공양' ★] 스님 위한 음식에서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연잎밥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상차림
    연잎밥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상차림
    2009년 문을 연 발우공양은 낯선 사찰음식을 대중에게 소개해온 집이다. 고기는 물론 파·마늘·부추·달래·무릇 등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의 수련을 위해 신체 자극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의 오신채 금지가 외국 손님들에게는 오히려 주목 포인트가 됐다. 발우공양 이현경 매니저는 "스님들 건강을 생각해 고안됐지만 이제는 세계인 건강을 생각하는 음식이 됐다"고 했다. 그는 "외국 손님들이 '양념(오신채)이 강하지 않아 와인과 잘 페어링된다'고 종종 말한다"고 했다. 청국장·된장찌개 1만원, 능이버섯절집만두탕 1만5000원 등의 단품 메뉴와 3만5000원(점심)~9만5000원짜리 코스 메뉴가 있다.

    [별 3개가 최고 등급… 식재료·요리기술·독창성 등 5가지 평가]

    미쉐린 가이드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을 별(스타)로 평가한다. 최고 등급인 별 3개는 '맛보러 일부러 여행을 떠날 만한 식당', 2개는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1개는 '음식이 훌륭한 식당'을 뜻한다. 식재료의 품질, 요리 기술의 능숙함, 요리사·식당만의 독창성, 가성비, 일관성이라는 5가지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 미쉐린 가이드 사업부 마이클 엘리스(Ellis)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한국인 평가원을 새롭게 뽑아 이들과 함께 미국·유럽·아시아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평가원들이 서울의 식당을 평가했다"고 했다. 미쉐린 측은 모두 몇 곳의 한국 식당을 취재했는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프랑스어 '미슐랭'으로 알려졌으나 미쉐린코리아는 영어 미쉐린으로 표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키워드 정보] '서울에서 0.001%' 한식, 미슐랭 별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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