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려보는 우병우, 朴정부 國政이 이런 식 아니었나

조선일보
입력 2016.11.07 03:19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포토라인에 선 다른 피의자·피고발인과 달리 '죄송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우 전 수석의 출두는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그에 대한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75일 만의 일이다.

우 전 수석이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은 일단 강남땅 매각 관련 의혹이나 가족 회사의 자금 유용 등에 관련된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최순실씨의 국정 분탕질은 민정수석실이 최씨 행각을 알면서도 못 본 체했거나 애당초 알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가족 회사 세금 포탈 같은 개인 사안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직무유기다.

청와대가 8월 19일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과 기자의 통화를 '국기 문란'이라고 몰아붙이고 검찰이 결국 이 전 특별감찰관을 기밀 누설 혐의로 수사하게 된 것은 어떻게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 와 보니 특별감찰관실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 혐의를 내사했기 때문으로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지난 5월 말 K스포츠재단이 롯데로부터 70억원을 뜯어냈다가 6월 초 '부지 확보가 어렵게 됐다'는 이유로 돈을 되돌려준 이유이다. 검찰은 그 직후인 6월 10일 검사·수사관 240명을 대거 투입해 롯데에 대한 압수수색을 폈다. K스포츠재단이 돈을 반납한 것은 검찰의 수사 착수를 미리 알았기 때문 아닌가. 검찰 수사 정보는 민정수석실에 온다. 우 전 수석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최씨 측에 유출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이라면 민정수석실이 이석수 감찰관을 공격한 것에 이어서 최씨 국정 농락을 되레 감싸고 보호한 또 하나의 사례가 된다. 검찰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민정수석은 최씨와 같은 사람들의 발호를 막으라고 있는 자리다. 그걸 하라고 국정원·검찰·경찰·감사원 등 사정기관들을 사실상 지휘하는 권력까지 주어졌다. 민정수석이 제 할 일을 했으면 나라가 지금 같은 혼돈 속에 빠지는 것은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우 전 수석은 그런 책임을 느끼는 대신에 취재진이 '최순실 사태에 책임을 느끼나' 등의 질문을 던지자 도리어 질문한 기자를 노려보았다. 그 숱한 우려와 경고를 묵살하고 맘에 안 드는 사람들을 공격해온 이 정부의 지난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았다.
[인물 정보]
팔짱낀채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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