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까지 추락했다. 1997년 IMF 국가 부도 사태 속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기록했던 6%보다도 낮았다. 1988년 한국갤럽의 정기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저치였다. 민심의 분노가 무섭다. '대통령 지지율 5%'는 지금 이 순간 사실상 거의 전 국민이 박 대통령을 거부하고 있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20·30대 1%, 40·50대는 3%였고, 서울 지역이 2%였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0'인 지역도 있었다.
대통령이 이 지경인데 집권 세력이라는 친박의 행태는 어처구니가 없다.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지도부는 당 안팎의 사퇴 요구에 "전쟁을 하자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이제 국민의당에도 추월당해 3등으로 떨어지는 것이 시간문제인 처지다. 식물 대통령 사태와 여당 몰락의 책임을 져야 할 친박 인사들이 자신들을 향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알량한 당권을 지키겠다고 핏대를 세운다. 전체 보수 진영을 이리저리 분열시키고 이제 한 줌 세력으로 남은 사람들이 일말의 책임 의식도 느끼지 않고 있다.
친박이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여당 대선 후보 경선을 자신들 의도대로 끌고 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친박 후보로 만들려 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설사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의향이 있다고 해도 그가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친박 뜻대로 움직여주겠는가. 책임감을 느끼고 무대 뒤로 사라져야 할 사람들이 헛된 꿈을 꾸며 버티고 있으니 새누리당 전체가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친박 의원 두 명이 국회에서 테니스를 하는 사진이 보도됐다. 별일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친박 인사들의 상황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인 것만 같다.
지금은 국정 마비가 아니라 국정 붕괴 수준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이 참담해하고 있다. 경찰은 5일로 예정된 촛불 시위에 시민 3만~5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했다. 좌파 단체보다 일반 시민 참여가 더 많은 양상으로 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후속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예상치 못한 사태가 연이어 벌어질 수 있다. 친박 인사들도 용퇴해 국정 수습에 조금의 도움이라도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