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대접해주세요… 가장 가난한 아이들이니까요"

입력 2016.11.04 03:00

['부산 송도의 성자' 소재건 신부 삶 다룬 영화 '오 마이 파파' 10일 개봉]

부산 판자촌에 마리아수녀회 창립… 전쟁고아 위한 기숙사·학교 세워
단벌 사제복에 구두는 기워 신어
"내 꿈은 보통 아버지들과 같죠… 아이들, 건강하고 교육 잘 받길…"

평범한 사람들의 눈빛은 거짓말을 못 한다. 다큐 영화 '오 마이 파파'(10일 개봉)에 등장하는 모든 이의 눈빛에선 '행복'과 '감사'가 넘친다. 영화는 '부산 송도의 성자'로 불리는 미국 출신 소 알로이시오(한국명 소재건·1930~1992)신부의 삶과 업적을 1시간 37분에 걸쳐 차분하게 보여준다.

중년 이상 부산 사람들에겐 '소 신부님'으로 잘 알려진 알로이시오(Aloysius Schwartz) 신부는 '가난한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그는 메리놀대학과 벨기에 루뱅대에서 공부한 후 1957년 6월 사제 서품을 받고 그해 12월 자원해서 부산으로 왔다. 당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장 가난한 이웃을 찾아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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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알로이시오 신부가 아이들과 즐거운 때를 보내고 있다. “가장 가난한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던 소 신부는 항상‘소년의 집’아이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고 축구 시합을 했다. /마리아수녀회
피란민 판자촌이 즐비하던 송도성당 주임을 자원한 그는 마리아수녀회를 창립하고 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기 시작했다. 기숙사와 학교를 갖춘 '소년의 집'을 열게 된 것도, 아이들이 다른 학교와 축구시합을 벌일 때 꼭 함께 뛴 것도 아이들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다. '고아 새끼'라고 무시당하던 아이들이 소 신부가 함께 뛰면 기가 살아난 것. 시설은 최고로 지었다.

돈 걱정은 소 신부의 몫이었다. 매일 미국의 후원자들에게 편지를 쓰고, 동네 주부들이 부업으로 만든 수놓은 손수건을 동봉했다. 후원자들이 보내오는 후원금은 평균 1인당 1달러, 5달러 이상은 '고액 후원자'였다. 소 신부는 후원금을 은행에 넣는 일 없이 바로 '펑펑' 썼다. "가난한 이 가운데 가장 가난한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철학에 따른 것. 정작 그는 지독히 가난하게 살았다. 수단(무릎까지 내려오는 사제복), 양복 각각 한 벌로 평생 살았고 구두도 수시로 꿰매 신었다. 한 수녀는 말한다. "차라리 애덕(愛德)은 쉬워요. 그런데 스스로 가난하게 사는 것은 진짜 어려운 일이에요."

다큐는 그가 뿌린 씨앗이 바다 건너 필리핀, 멕시코, 브라질, 과테말라, 온두라스에서 꽃피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멕시코의 한 오지 마을. 마리아수녀회 수녀가 입학 지망생 부모에게 묻는다. "아이 중에 이미 '소년의 집'에서 공부한 아이가 있나요?" 가난한 이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한 가족에서 한 명씩만 교육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과정을 거쳐 입학한 아이들은 비로소 '꿈'을 이야기한다.

다큐 곳곳에 등장하는 소 신부의 어록은 그의 영성(靈性)이 어디를 지향하는지 잘 보여준다. "기도를 하다가도 아이들이 찾으면 기도를 멈추고 아이에게 가세요. 그 아이 안에 살아있는 예수님을 보세요."(수녀들에게) "내 희망은 보통 가정의 아버지와 같습니다. 보통 아버지는 자식이 건강하고 교육 잘 받고 잘 취직해서 사는 것 아니겠어요?" 한 수녀는 "조금만 더"를 되새기고 있다. "신부님은 항상 '조금만 더'를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가볍게 들리지만 실천은 어려워요. '조금만 더 참고, 더 친절하고, 더 이해하는 것…."

필리핀에 '소년의 집'을 짓게 된 것은 1983년 막사이사이상(賞) 수상이 계기가 됐다. 상 받으러 마닐라를 방문한 소 신부 눈엔 한국보다 더 가난한 이들이 먼저 보였던 것. 그는 "또 해야 되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필리핀 하이메 신 추기경이 "필요한 것을 말하라"고 하자 소 신부는 "정부 허가 없이 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한시가 급하다는 것. 현장 관계자가 "왜 비싼 자재만 쓰냐"고 묻자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최상의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답했다.

1992년 한창나이에 루게릭병을 얻어 선종(善終)한 그는 작년 교황청으로부터 복자(福者)의 전 단계인 가경자(可敬者)로 선포됐다. 영화는 마리아수녀회가 자료를 제공하고 제작진이 8개국을 다니며 120여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모았다. 스토리펀딩을 통해 5000만원을 모아 개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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