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 당국자가 '칠상팔하(七上八下·67세 이하면 유임되고 68세 이상이면 은퇴)' 원칙과 관련해 "명확한 규정이 있는 게 아니고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내년 19차 당대회에서 중국 지도부를 개편할 때 69세가 되는 측근 왕치산(王岐山) 상무위원(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을 유임시키는 데 걸림돌이 없다는 의미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덩마오성(鄧茂生) 중앙 정책연구판공실 부주임은 지난 31일 베이징에서 열린 '6중전회 외신기자 설명회'에서 "왕치산 상무위원이 칠상팔하 원칙의 예외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칠상팔하라고 하지만 어떤 상무위원은 68세가 되기 전 은퇴하기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덩 부주임은 지난 27일 폐막한 공산당 6중전회의 공보(결과문) 초안 작성에 참여한 당 핵심 인사이다. 그는 "지도자를 인선할 때 당은 엄격한 규정과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만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며 "상무위원의 연령 제한에는 융통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칠상팔하'는 장쩌민(江澤民) 시대인 2002년부터 관례로 굳어졌다. 이 관례에 따르면 상무위원 7명 중 내년 64세가 되는 시 주석과 62세가 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뺀 나머지 5명은 모두 은퇴해야 한다. 그러나 반부패 개혁을 이끌며 시 주석이 단기간에 권력 기반을 다질 수 있게 한 왕치산 상무위원은 예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왕치산 상무위원은 공산당이 위기 때마다 호출한 '소방수'였다.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때 건설은행장이었던 그는 광둥성 부성장으로 급파돼 10억달러가 넘는 부실채권을 처리했다. 2003년 수도 베이징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해 대혼란이 벌어졌을 때 이를 수습한 것도 그였다. 하이난성 서기 부임 5개월 만에 베이징 시장으로 불려온 그는 전임 시장이 은폐에 급급했던 환자 발생 정보를 전면 공개하는 과감한 조치로 한 달 만에 사스를 퇴치했다. 2008년에는 금융·대외무역 담당 부총리로 글로벌 금융 위기 대응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덩샤오핑 시대 부총리를 지낸 야오이린(姚依林)의 사위인 덕분에 태자당으로 분류되지만, 능력 면에서는 '철혈재상' 주룽지 이후 가장 뛰어난 관료로 꼽힌다. 시 주석이 그를 유임시킨다면 리커창 총리를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옮기고, 그에게 총리직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