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느냐 뺏기느냐… 英·EU, 기업 求愛 작전

입력 2016.11.02 03:00

- 브렉시트 협상 앞두고 유치전
日기업들 "EU서 이전 제의받아… 무관세 등 대책 없으면 옮겨야"
佛, 세금 감면 등 파격적 공세 "외국 기업에 카펫 깔아줄 것"
英, 닛산 붙잡으려 특혜 준 의혹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을 떠나려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인 구애(求愛) 작전에 돌입했다. 영국은 이런 기업들을 붙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태세여서 영국과 유럽 국가 간에 치열한 기업 쟁탈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영국의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인 하야시 하루키 유럽 미쓰비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1일(현지 시각) "최근 영국 내 일본 기업들이 유럽 국가들로부터 이전 제의를 받고 있다"며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 때 유럽 시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실패하면 일본 기업들은 영국에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EU 탈퇴로 관세가 올라가 수출입에 불이익을 받고 숙련된 노동자 이동이 제한된다면 기업들은 유럽 다른 나라 이전을 고려할 수 있다"고도 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무(無)관세와 노동력 이동 등을 보장해 기업 활동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야시 회장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유럽 각국이 영국 내 기업 유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된 것이다. 코트라 런던무역관 관계자는 "일본 기업이 떠날 수도 있다는 건 영국에 엄청난 압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인 닛산은 잉글랜드 중부 선덜랜드 지역에 영국 내 최대 단일 공장(종업원 7000명)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영국 전체 자동차 생산(168만대)의 3분의 1에 가까운 50만대를 생산했다.

이런 기업계 요구를 반영하려면, 영국 정부로서는 EU와의 브렉시트 협상 때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최우선 목표인 이민자 통제를 관철하기도 쉽지 않아진다.

영국 고위 관료들은 동요 확산 방지에 진땀을 흘렸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은 "EU 탈퇴 이후 영국은 전 세계 자유무역의 '횃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브렉시트 협상 때 EU와 자유로운 무역을 보장하는 협정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레그 클라크 기업부 장관도 "영국 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게 될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 국가들의 기업 유치 공세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프랑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프랑스는 이번 주 경제·정치계 거물들로 영국 기업 유치단을 꾸릴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엔진 제작 업체인 사프란의 로스 매킨스 회장을 '영국 기업 유치 대사(ambassador)'로 임명하고, 크리스티앙 누아예 전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와 제라르 메스트랄레 엔지그룹 회장 등도 참여시킬 계획이다. 정치권에선 안 이달고 파리시장과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도지사 등이 참여한다. 프랑스는 또 외국인 임직원 소득세 50% 감면, 외국 자산에 8년간 부유세 부과 유예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잇달아 내놨다. 페크레스 도지사는 "(프랑스에 오는 기업에) 파랗고, 하얗고, 붉은 카펫을 모두 깔아줄 것"이라고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아일랜드 더블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폴란드 바르샤바 등도 낮은 법인세와 풍부한 인력 등을 내세워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이 국가들은 영국의 금융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영국 금융계는 브렉시트가 본격화되면 골드만삭스가 2000여 명의 고용을 줄이는 등 최대 7만개의 일자리가 외국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영국 정계에선 닛산 자동차가 최근 선덜랜드 공장 내에 2개 자동차 신모델 생산 라인을 짓기로 한 투자 결정과 관련, 정부가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이 이달 초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국에 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한 직후, 곤 회장과 긴급 회담을 갖고 "닛산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정부도 닛산 이사회에 따로 편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노동당 등 야권은 "닛산에 보장한 내용이 뭐냐"며 편지 내용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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