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만년 前 동해로의 시간여행

    입력 : 2016.10.31 03:00

    [떠나요, 가을 속으로]
    한반도 탄생 비밀 간직한 2.85㎞ 강릉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 반세기만에 열린 정동진~심곡항
    강릉市, 70억 들여 4년간 조성… 기암괴석·절벽 등 비경 펼쳐져
    17일 개방후 하루 1만명 '발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지도

    옥빛 동해의 깨끗함에 마음의 때가 씻겨나가는 것 같았다. 해안선에 부채처럼 펼쳐진 기암괴석엔 억겁의 세월이 새겨져 있었다. 지난 24일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을 찾아 대전에서 왔다는 박성민(56)씨는 "자연이 빚은 예술품을 감상하며 걷는 이 길은 전국 최고 수준의 힐링 코스"라고 말했다.

    ◇50여 년간 숨겨졌던 비경(秘境)

    지난 17일 일반에게 개방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강릉 심곡항과 정동진 썬크루즈 리조트 주차장을 잇는 해안 탐방로다. 2.85㎞의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이 길은 1960년대부터 군부대의 경계 근무와 정찰용으로만 활용된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이었다. 강릉시는 지난 2012년 국토교통부의 '동서남해안 초광역 개발권 중점사업'을 통해 70억원의 예산을 들여 4년 만에 해안 탐방로를 조성했다. 정선홍 강릉시 해양수산과 연안개발담당은 "이곳을 민간에 개방하기 위해 국방부, 문화재청과 협의하고 허가를 받기까지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엔 경사가 심한 구간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둘러볼 수 있다. 수십 년간 감춰졌던 동해 바닷가의 비경을 감상하며 3시간쯤 느긋하게 발길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산책로를 왕복하게 된다. 심곡항을 출발해 1㎞쯤 떨어진 지점에선 '부채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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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곡항 인근의 바다부채길 초입엔 날아가는 갈매기를 형상화해 만들어진 전망대(가로 44m)가 있다. 탐방객이 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옥빛 동해 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설계됐다. /강릉시
    여기서 0.85㎞를 더 가면 투구를 쓴 장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투구바위'를 만난다. 길을 걷다 보면 45도 각도로 기울어져 마치 좌초하는 배의 모습 같은 독특한 암석들도 보인다. 중생대 쥐라기부터 백악기 초까지 한반도에서 일어난 지각변동의 영향을 받아 솟아오르거나 기울어진 암석들이다. 탐방로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사색을 즐기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탐방로는 야간엔 여전히 군 경계 근무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동절기(10~이듬해 3월)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만 출입이 가능하다. 하절기(4~9월)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된다. 해안선과 인접하다 보니 기상이 나빠지면 탐방로가 폐쇄될 수 있다. 방문 전 날씨를 살펴보거나, 강릉시청 등에 탐방로가 열리는지 확인 전화를 하는 편이 좋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50여 년 만에 공개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을 보기 위해 하루 평균 1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며 "주차장 부지 등 편의 시설을 더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없다.

    ◇한반도 탄생의 비밀 간직한 해안단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지질학적 가치도 크다.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정동진 해안단구(海岸段丘) 때문이다. 해안단구는 오랜 세월 침식 또는 퇴적작용으로 만들어진 파식대가 지반 융기나 해수면 하강으로 육지화된 계단 모습의 평탄 지형을 말한다. 국내에선 강릉 정동진뿐 아니라 동해 어달동 등 동해안 전역에서 해안단구면을 찾아볼 수 있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에선 해안단구와 기암괴석의 모습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중생대 때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났던 지각변동인 대보조산운동(大寶造山運動)의 영향으로 기울어진 암석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에선 해안단구와 기암괴석의 모습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중생대 때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났던 지각변동인 대보조산운동(大寶造山運動)의 영향으로 기울어진 암석들. /강릉시
    그중에서도 정동진 해안단구는 국내에서 가장 길며, 지질구조와 해수 침식작용 등을 연구하는 중요한 학습의 장으로 손꼽힌다. 2004년엔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정동진 해안단구는 약 60만~70만년 전에는 해수면 아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심곡항에서 보이는 기반암 노두와 둥근 자갈로 된 해성 퇴적층 등이 이 같은 근거를 뒷받침한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에선 해안단구의 끝부분과 바다가 맞닿는 지점을 볼 수 있다. 동해고속도로 동해휴게소(동해 방면)에선 바다 쪽으로 삐죽 나와 있는 해안단구의 모습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전희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명예연구원은 "정동진 해안단구는 2300만년 전 한반도의 지반 융기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며 "많은 탐방객이 자연의 신비를 체험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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