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조정·정무·민정·홍보수석 외에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사표를 수리했다. 최순실 사태 후 첫 인적 개편이다.
지금의 이 사태는 전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책임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을 이렇게 만든 것은 청와대 참모진이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모아주고 최씨 일당의 뒤를 봐주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가 경제정책은 완전히 뒷전이었다. 두 재단 의혹이 보도된 지 길게는 석 달이 됐지만 민정수석실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오히려 국정 농단을 은폐하는 역할을 했다. 대통령 눈·귀를 가린 것이다.
정호성 부속·이재만 총무·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3인방은 최씨의 국정 농단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해왔다. 오히려 거의 한통속이었다. 박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이 문고리 3인방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박 대통령은 이들을 감싸기만 했고 이들은 수석이나 비서실장을 능가하는 권력자로 부상했다. 비정상의 연속이었다.
청와대 내에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 말도 안 되는 행태에 대해 대통령에게 직언했어야 한다. 물론 대통령 앞에서 쓴소리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바깥 사람들까지 알 수 있게 됐다면 누군가는 나서서 '아니다'고 했어야 한다. 단 한 명 없었다. 대통령이 세상과 차단된 채 심지어 장관·수석과도 만나지 않고 시급한 정부 인사를 몇 달씩 끌어도 아무 말도 못 했다. 대통령만 쳐다보고 아부하는 이들을 향해 세상 사람들은 어느 때부터 내시(內侍)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무너진 정권의 마지막 비서실장·수석은 누구든 달가워할 자리가 아니다. 그걸 맡은 것 자체가 용기일 것이다. 그 용기를 마비된 국정을 수습하는 데 쏟아주기 바란다. 무엇이 가짜가 아닌 진정으로 대통령을 위하는 길인지를 생각해 달라. 그것은 청와대의 자리가 대통령의 비서이기 이전에 국민의 공복(公僕)임을 명심하는 데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