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금메달리스트가 어떻게?" 펜싱인들이 기억하는 고영태

입력 2016.10.27 15:19

"그 아이가 어쩌다가 정치쪽으로 흘러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대다수 펜싱인들은 '최순실 게이트'에 불쑥 등장한 전 국가대표 고영태씨(40)의 존재에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6일 한 매체가 보도한 광주 부산 강남 등 유흥업소 연계 및 종사설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박근혜 가방'으로 회자된 '발로밀로'라는 패션백 브랜드 대표로 일한 것,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서 차은택씨를 직접 소개하고, 최씨와 함께 '고원기획'을 만들고, 더블루K를 통해 장애인휠체어 실업팀 창단에 관여하고, 최순실의 건물에 펜싱클럽 오픈을 준비했다는 등 쏟아지는 모든 의혹에 대해서도 펜싱 선후배들은 의아해 했다.
전남공고-한체대 출신의 고영태는 깔끔한 용모에 재능 있는 선수였다. 대한펜싱협회 관계자는 "선수 시절 센스가 굉장히 좋았다. 엄청난 노력파라기보다는 감각이 좋은 재능있는 선수였다"고 돌아봤다. 1976년생인 고씨는 만 22세 되던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당시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전, 단체전 모두 결승에 진출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1997~1999년 3년 연속 세계펜싱선수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으나 개인전 성적은 39위, 31위, 50위에 머물렀다. 2000년대 이후 펜싱계에서 고영태의 이름은 잊혀졌다.
한체대 선배인 한 펜싱인은 "1~2년전 김천에서 대회를 할 때 오랜만에 펜싱장에 나타난 적이 있다"고 했다. 너무 오랜만이라 반갑게 인사를 나눴는데 지방에 내려가다 마침 대회를 하기에 들렀다고 하더라"고 했다. 국가대표 시절 그를 지켜본 한 지인은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서 1년에 한두번 국내 대회에 나섰다. 병역특례를 위해 필요한 기간만 운동으로 딱 채운 후 바로 그만 뒀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과 달랐다. 보통 국가대표 메달리스트들은 지도자, 교수 등의 길을 생각하는데 영태는 펜싱 말고 다른 일을 하겠다. 돈을 벌겠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고 돌아봤다.
고씨는 최순실씨가 국내와 독일에 세운 더블루K, 비덱스포츠 경영에 참여하는 등 최씨를 지척에서 도왔으나, 최근 최씨와 소원해졌다고 알려졌다.
한 방송사와 인터뷰 직후 종적이 묘연했던 고씨는 27일 오전 방콕발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법무부 출입국 당국은 검찰의 입국시 통보조치 요구에 따라 이날 고씨가 국내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에 알렸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이 귀국하며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8년전 방콕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던 펜싱선수의 운명이 얄궂다. 고씨는 선수 시절 영광이 깃든 방콕에서 어떤 심정으로 귀국 비행기에 올랐을까.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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