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쏙 빼고… 27일 만에 뒷북 압수수색한 검찰

조선일보
  • 조백건 기자
    입력 2016.10.27 03:00

    [최순실의 국정 농단]

    최순실·차은택 자택 포함 미르·K스포츠재단 등 9곳 수색
    최씨 아지트 찾아갔더니… 이미 주인 바뀌어 수사 헛걸음

    - 청와대 자료 확보 시도도 안해
    재단 모금, 안종범 수석 개입 정황
    문서 유출, 비서관 연루 보도에도 조사 외면… 겉핥기식 수사 비판
    - 최씨는 독일, 차씨는 중국에
    檢 "서로 연락 취한 뒤 잠적한 듯"… 재단 증거 인멸 상당부분 이뤄져

    검찰의 뒷북 압수 수색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60)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2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전경련 사무실, 두 재단의 실제 운영자인 최씨와 광고감독 차은택(47)씨의 집 등 9곳을 압수 수색했다. 최씨 등에 대한 고발이 들어온 지 27일, 사건 수사팀이 정해진 지 21일 만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범죄 혐의의 단서들을 확보해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24일 수사팀을 검사 7명으로 확대한 데 이어, 검사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사팀은 최씨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입학 비리와 학사 특혜 의혹도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이 수사 개시 이후 첫 강제 조치인 압수 수색에 나섰지만, "정말 수사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날 최씨가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는 '아지트'로 삼았다는 장소인 카페 '테스타로싸(Testa Rossa·빨간 머리)'가 입주했던 서울 강남의 건물에도 검사와 수사관을 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건물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인 것만 확인하고 그냥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카페에 대해서는 '지난 8월까지 영업을 했고 지금은 주인이 바뀌어 인테리어 공사 중'이라는 사실이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검찰이 면밀한 준비 없이 압수 수색에 나섰다가 헛걸음을 한 셈이다.


    K스포츠재단 서류철 26일 검찰이 압수 수색한 K스포츠재단 테이블 위에 서류철들이 놓여 있다.
    K스포츠재단 서류철 26일 검찰이 압수 수색한 K스포츠재단 테이블 위에 서류철들이 놓여 있다. /이태경 기자
    이날 K스포츠재단 사무실 탁자 위에는 누군가 정리해 놓은 듯 각종 서류철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압수 수색이 올 것에 대비한 흔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전경련이 두 재단의 해체를 발표한 지난달 30일 미르재단 건물에선 파쇄된 서류들로 가득찬 대형 비닐 봉투들이 발견되는 등 '증거 인멸'이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검찰이 찾아간 서울 신사동 최씨 집 신발장은 구찌, 프라다, 몽클레어 등 명품 구두들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최순실·차은택씨는 9월 초 비슷한 시점에 각각 독일과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출국 시점 등을 볼 때 두 사람이 서로 연락을 취한 뒤 계획적으로 잠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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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강남 자택의 신발장 -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최순실씨 자택의 신발장. 각종 구두와 운동화, 스니커즈 등 여성화 수십 켤레가 들어 있다. 유명 수입 명품 브랜드 로고가 박힌 상자들이 눈에 띈다. 최순실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26일 최씨의 자택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전경련 사무실 등 9곳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검찰 안팎에선 특히 이날 압수 수색 대상에서 청와대가 제외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핵심적 의혹으로는 '미르·K스포츠재단이 774억원이라는 거액을 어떻게 일사천리로 모금할 수 있었느냐'와 '정부 인사·안보·대통령 동선(動線) 등을 둘러싼 기밀들이 어떻게 민간인인 최씨에게 줄줄 새나갈 수 있었느냐'가 꼽힌다.

    '모금 경위'와 관련해선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언과 정황이 공개됐다. 안 수석은 고발 대상에도 올라 있다. '기밀 유출'과 관련해서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부속실과 총무비서관실 소속 비서관들이 연루돼 있다는 구체적인 보도가 나왔다. 또한 민정수석실이 이를 묵인·방조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다시 말해 이번 사건을 둘러싼 핵심 인물들과 증거들은 모두 청와대에 있는데도, 검찰은 청와대 쪽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압수 수색과 관련해 수사팀 관계자는 "지금은 아직 아니고…"라며 여지를 두기는 했다. 그러나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청와대 관련자들의 자택까지 압수 수색 대상에서 다 빼놓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청와대 문턱을 넘지 못하면 누구도 수사 결과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이 압수 수색을 늦추다가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봤다는 보도가 터지면서 망신을 당하지 않았느냐"며 "계속 좌고우면하다가는 '검찰이 추가 폭로를 막으려고 겉핥기식 압수 수색이나 하고 있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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