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차관보(왼쪽), 두테르테 대통령.

[필리핀은 어떤 나라?]

필리핀을 방문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4일(현지 시각)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결별' 선언과 관련해 "미국은 물론, 많은 국가를 실망스럽게 하고 있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미국과 결별하겠다. 군사·경제적으로 단절할 것"이라고 했다.

러셀 차관보는 이날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계속되는 논란 발언과 필리핀의 애매모호한 의도가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며 "이런 발언은 필리핀 국민과 기업에도 손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두테르테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서도 "마약 범죄를 척결하겠다는 노력은 지지하지만, 무분별한 즉결 처형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러셀 차관보는 "필리핀 정부가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희생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며 "관계 개선은 '뺄셈'이 아니라 '덧셈'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25일 일본을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꼬리를 내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방일 전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결별 선언은 마약과의 전쟁을 비판하는 미국에 '말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필리핀 정부와는 상관없는 제 개인적 인식"이라고 했다. 교도통신 인터뷰에선 "미국 외엔 다른 어떤 나라와도 군사동맹을 맺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 관계를 구축하더라도 무역과 상업적인 것이며 군사동맹을 맺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귀국한 지난 21일에도 "미국과의 동맹 포기는 있을 수 없다"고 말을 번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