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생선회 얹은 밥… 아니 파스타?

    입력 : 2016.10.26 03:19

    [이탈리아 미슐랭 2스타 셰프 체드로니의 '파스타 스시']

    카르보나라에 광어회 속 채우고 조개 모양 파스타에 참치회 담아
    "어떻게 해산물 더 맛있게 즐길까 고민하다 日 초밥서 영감 얻어"

    이탈리아 요리사 모레노 체드로니.
    이탈리아 요리사 모레노 체드로니. /롯데호텔

    이탈리아 언론이 모레노 체드로니(52)에게 붙여준 별명은 '이탈리아 최고의 괴짜(craziest) 요리사'이다. 세계적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으로부터 별 2개(최고 3개)나 받은 요리사이니 긍정적 의미일 것이다. 그는 일본 초밥에서 영감을 얻어 날 생선을 밥 대신 파스타에 얹은 '파스타 스시'를 1990년대 창안했다. 유럽에선 초밥은커녕 날 생선도 거의 먹지 않던 시절이다. "실망시켜 죄송합니다만 저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시대를 앞서갔을 뿐이에요."

    오는 28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자신의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방한한 체드로니는 "파스타 스시는 단지 관심을 끌려고 고안해낸 것도 아니고 희한하기만 한 음식도 아니다"고 했다.

    "서양에서 생선회나 초밥은 먹지 않았어도 굴·관자 같은 조개류는 날로 먹었죠. 하지만 식초나 레몬즙을 뿌려서 먹기 때문에 재료 자체의 맛이 가려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산물을 더 맛있게 즐길까 고민하다가 일본 음식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죠."

    체드로니는 "초밥에서 날 생선을 쓴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을 뿐 엄연한 이탈리아 음식"이라며 파스타 스시 중 하나인 '광어 카르보나라'를 만들어줬다. 카르보나라는 달걀·베이컨·치즈·후추를 섞은 소스로 만드는 이탈리아 대표 파스타 중 하나. 그는 달걀과 치즈·후추로 만든 소스를 접시에 발랐다. 소스 위에 베이컨 기름을 살짝 묻힌 광어회로 속을 채운 파케리(paccheri·튜브 모양 파스타)를 올렸다. 쫄깃한 파케리와 고소한 소스, 광어회의 감칠맛이 잘 어울렸다. 날 생선을 먹는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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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이탈리아 대표 파스타 중 하나인 카르보나라와 광어회를 합쳐 만든 파스타 스시 ‘광어 카르보나라’. 초밥 세 점처럼 보인다. ②가느다란 달걀 파스타를 조개 육수로 만든 소스에 버무리고 생 조갯살을 올린 파스타 스시. ③조개 껍데기 모양 파스타에 참치회를 담은 파스타 스시. /롯데호텔

    이탈리아 동부 해안 도시 안코나에서 태어난 체드로니는 선장을 꿈꾸며 해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세가 되던 1984년 돌연 외식업으로 인생의 뱃머리를 돌렸다. 고향에 식당을 열었지만 손님을 접대하는 일만 했다. 그러다 2년 뒤 요리를 해보기로 결심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손님을 100% 만족시키려면 요리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체드로니는 매년 2~3가지 새로운 식재료를 요리 레퍼토리에 추가한다. "생선처럼 요리사도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

    2년 전 방한한 적이 있다는 체드로니는 "그때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며 "다양한 맛과 식감이 한입에 느껴지는 요리"라고 평했다. 그는 비빔밥을 응용해 창조한 '비빔밥'이란 이름의 해물 요리를 자신의 요리책에 싣기도 했다.

    김치 등 한국의 발효 음식에도 관심이 많다. "발효 식품은 시간과 자연이 만들어낸 3차원적 음식입니다. 김치의 깊고 풍성하고 복합적인 맛이 좋아요. 어젯밤 삼겹살집에서 김치와 오믈렛(달걀말이)을 같이 먹으니 아주 맛있더라고요."

    그는 "재료, 조리 실력도 중요하지만 먹는 사람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셰프에겐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위대한 요리의 핵심은 사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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