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低탄수, 高지방' 다이어트 열풍의 함정

    입력 : 2016.10.25 03:15 | 수정 : 2016.10.25 13:12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어째 심상치 않다. '지방(脂肪)의 누명'이라는 방송이 나가고 저(低)탄수화물 고(高)지방 다이어트 바람이 드세다. 밥·빵류 탄수화물은 식단의 10~15% 이하로만 먹고, 고기나 버터 같은 지방으로 70% 이상을 채우면 체중이 준다는 내용이다. 느끼하게 먹어 살 뺀 몇몇 사례만 보고 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워 먹는 집이 생겼다. 돼지고기 판매가 불티나고, 버터는 품귀다.

    '저탄 고지' 다이어트 방송을 보다 못한 대한가정의학회가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내놓았다. 요지는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만학회도 가만히 있지 않을 태세다. 침소봉대라는 논지다.

    고기만 먹어 살 뺀다고? 어디서 많이 듣던 방법이 아니던가. 그렇다. 한때 유행했던 '황제 다이어트'나 앳킨스 식이와 원리·방법이 유사하다. 탄수화물 많이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고,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서 소화 안 된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축적되어 살이 찐다는 얘기다. 그러니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지 않는 지방을 많이 먹으면 체중이 준다는 원리다.

    /조선일보 DB
    이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곳곳에 함정이 있다. 우선은 단기간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오랫동안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이다. 여러 다이어트 연구에서 탄수화물과 지방 비율을 놓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는데, 장기 효과에는 별 차이가 없게 나온다.

    뇌(腦)는 탄수화물 부산물인 포도당을 다량 필요로 한다. 그런데 탄수화물을 너무 적게 먹으면 인체는 대신 케톤체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울렁거림, 두통, 피로감, 변비 등이 생긴다. 식이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농경사회 후손인 동아시아인 유전자형은 고지방 다이어트 효과가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탄 고지' 식이는 수천 년 곡류 식사를 해온 우리의 몸과 유전자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녹말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 유전자가 매우 적은 수렵사회 후손은 탄수화물을 조금만 많이 먹어도 비만에 취약하다. 그만큼 식사와 고유 유전자 타입은 관계가 밀접하다.

    방송처럼 기름과 버터를 먹는 식으로 과도하게 포화지방을 섭취하면 고지혈증·심혈관질환 위험성이 높아진다. 1970년대 다이어트의 혁명이라며 고기 위주 식사 앳킨스 다이어트를 주창한 미국 의사 로버트 앳킨스가 심부전과 심장마비로 72세에 죽음을 맞았고, 사망 전 몸무게가 120㎏이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인은 밥·면 위주 식사로 지나치게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당뇨병 위험을 부르니 탄수화물을 식단의 50% 정도로 줄여야 한다. 이왕이면 인슐린 분비를 덜 자극하는 보리·현미·잡곡·통밀 등 가공이 적은 거친 탄수화물이 권장된다.

    어찌 됐건 '저탄 고지' 방송은 몇 개의 사례를 갖고 선정적으로 단편적으로 편집해 시청자를 현혹했다는 의학계 비판을 받는다. 잊을 만하면 간헐적으로 과장된 식이법이 방송에 나와서 사람들을 심란하게 만드는 게 문제다. 지금까지 골고루 먹되 적게 먹고, 운동을 병행하는 생활 밀착형 다이어트를 제친 방법은 없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열풍으로 버터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버터, 치즈 코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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