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국방부의 '미스 김'… 간부가 되다

조선일보
  • 전현석 기자
    입력 2016.10.22 03:00 | 수정 2016.10.22 09:07

    '女風당당' 국방부

    - 3·4급 女공무원 전성시대
    기본정책·조직관리과 등 핵심부서 과장 모두 여성… 타부처보다 女비율도 높아

    - 행정수도 생긴 후 더 인기
    국방부는 서울에 남아
    승진 차별도 덜하다 인식…공무원 합격자 지원 증가

    국방부 기본정책과, 조직관리과, 인력정책과 과장은 모두 여성이다. 그간 남성 군인이나 공무원이 맡아온 직책들이 최근 인사에서 처음으로 3, 4급 여성 공무원으로 바뀌었다. 국방부 내 핵심 부서로 꼽히는 이 부서들은 국방 관련 중장기 기획안을 마련하고 군 조직과 인력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국방부 3급(부이사관) 일반직 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21.4%로 전체 정부 부처 평균(5.3%)의 약 4배다(올해 3월 기준). 4급(서기관) 일반직 공무원의 여성 비율도 국방부(12.6%)가 부처 평균(11.3%)보다 높다.

    1996년 여성 최초로 국방부 사무관에 임용됐고 작년 국장으로 승진한 유균혜(44) 국방부 보건복지관은 "20년 전만 해도 실무회의에 들어가면 여성은 나 혼자일 때가 많았다"며 "지금은 남자 반 여자 반이거나 여자가 많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월등히 높은 국방부 여성공무원 비율
    국방부가 금녀(禁女) 구역으로 통하던 것은 그야말로 옛말이다. 오히려 여풍(女風)이 거세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5·7·9급 공채 또는 특채 국방부 일반직 여성 공무원 비율은 2010년 30.6%에서 작년 40.5%로 9.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정부 부처의 일반직 여성 공무원 비율은 28.8%에서 33.7%로 4.9%포인트 늘어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무원 시험 합격자가 국방부에 자원하는 경우가 적었는데, 최근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시험 성적이 좋은 지원자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여성 공무원에게 인기 없던 부서였다. 김은성(42) 기본정책과장은 "행시 합격 하고 국방부에 처음 왔던 2000년만 해도 나를 '미스 김'이라고 부르는 군인이 많았다"며 "한동안 커피 심부름만 시키고 누군가 내 책상 위에 다른 부처 전입 지원서를 올려놓기도 했다"고 했다.

    국방부는 행정수도 이전이 구체화되면서 여성 공무원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2년 12월 국무총리실 이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1개 중앙행정기관이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개발된 세종시로 자리를 옮겼는데, 국방부는 검찰청, 경찰청, 외교부, 통일부, 행정자치부 등과 함께 서울에 남았다. 최근 국방부에 온 7급 공무원 이모씨는 "남북 통일이 되더라도 국방부는 서울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부처라고 해도 행정자치부는 일이 많고 여성가족부는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게 공무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05년 산업자원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국방부로 자리를 옮긴 김신숙(43) 인력정책과장은 "다른 정부 부처보다 국방부가 승진 등에서 여성 공무원 차별이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군인과 공무원이 함께 일하는 국방부의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방부에서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직은 대부분 예비역 또는 현역 군인이다. 장관, 차관 외에도 5개 실 중 4개 실 실장직을 예비역 장성이 맡고 있다. 현역 소장, 준장과 영관급 장교도 국방부에서 일하는데 이들은 통상 1년 반에서 2년간 근무하다 군부대로 돌아간다. 국방부 황우웅(육사 37기·예비역 소장) 인사복지실장은 "국방부에서 일하는 예비역·현역 장교들은 승진 등에서 공무원과 경쟁하지 않고 학연·지연으로 엮이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공무원을 실력 위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내 여성 공무원이 느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군인이나 남성 공무원도 여전히 있다. 여성 과장 밑에서 일했던 한 중령은 "중령은 원래 3급 공무원 예우를 받는데, 국방부에선 3·4급 과장 아래에 있다"며 "나보다 서너 살 적은 여성 과장의 지시를 받는 게 불편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육군 김모 소령은 "일부 여성 공무원은 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엉뚱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고위 공무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등 비상이 걸려 새벽에 출근해야 할 때가 종종 있는데 여성 공무원의 경우 일찍 나오라고 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국방부에서 헌병으로 복무 중인 김모(21) 병장은 "청사 출입자들을 일일이 지켜보는 것이 일이지만 짧은 치마와 민소매 차림으로 출근하는 여성 공무원들을 너무 쳐다보지 말라고 후임병들에게 주의를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성 공무원이 늘면서 국방부 회식 풍경도 바뀌었다. 황윤정(47) 인사계장은 "2000년대만 해도 회식만 하면 부서원 모두 근처 삼각지 술집을 전전하며 새벽까지 술을 마셨는데 최근에는 참석을 원하는 경우에 한해 이태원에서 저녁만 먹거나 영화, 연극을 보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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