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간 '두 재단의 활동' 자세히 설명… 최순실 이름은 언급안해

입력 2016.10.21 03:00

[최순실 의혹]

朴대통령 발언… 남는 의문

- 朴대통령 "의미있는 사업"
"공감대를 형성할 때까지 기업인들과 소통 과정 거쳤다"
- 野 "도저히 납득 불가능"
"48시간 만에 군사작전 하듯… 靑압력 없이 가능한 일이냐"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9분여간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과 취지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 두 재단이 "의미 있는 사업"을 했다는 말도 했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말씀 드려야 할 것 같다"며 말을 꺼냈다. 200자 원고지 16장 분량의 발언으로 두 재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야당과 해당 기업 등에서는 "청와대 개입 없이 대기업들이 이틀 만에 수백억을 왜 모으겠느냐"며 "박 대통령이 아직 (실상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재계가 재단 설립 주도"… "청와대가 배후" 의혹

박 대통령은 "문화·체육 분야를 지원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 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의 성격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에도 많은 재단이 기업의 후원으로 이런 사회적 역할을 해 왔는데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제가 알고 있는 재단 설립의 경과"라고 했다. 또 "(정부와 기업이) 공감대를 형성할 때까지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쳤다"며 "예를 들면 작년 2월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들을 모신 자리에서 문화 융성과 창조 경제의 실현을 통한 우리 경제의 대도약을 위해 기업인들의 문화·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드린 바가 있다"고 했다. 작년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 기업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문화 콘텐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 사례도 들었다. '문화 융성'이라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한 기업들과 전경련이 주도해 재단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야당과 기업에서는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해 기업별로 모금했다고 한다. 기업들 설명에 따르면 미르재단은 작년 10월 25일 전경련이 각 기업에 협조 공문을 보내고 48시간 만에 '군사작전' 하듯이 현판식까지 끝냈다. 박병원 경총회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미르'라는 재단 법인이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 발목을 비틀어서 450억~460억원을 내는 것으로 굴러가는 것 같다"고 했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전경련 지시로 10월 26일 서울 팔래스호텔에 모였다"며 "전경련 측은 참석하지도 않은 회사 간부 이름과 발언 내용이 적혀 있는 회의록을 들이밀며 다짜고짜 그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하는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경련을 통해 일괄적으로 개별 기업에 할당한 자금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들어갔다"는 대기업 관계자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도 지난 14일 국감에서 '기업들이 미르재단에 돈을 자발적으로 낸 게 아니라 누가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원들 질의에 "기업들 뜻을 모아서 했는데 일부 기업은 좀 그렇게(지시가 있었다고) 느꼈을 부분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단 의미 있는 성과"… "특혜 아니냐 의혹"

박 대통령은 이날 두 재단이 해외 순방 등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만든 파리 케이콘(KCON) 행사는 티켓 오픈 한 시간 만에 매진되는 엄청난 코리아 붐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미르재단은 지난 6월 3일 박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한·프랑스 융합 요리 시식 행사에 참여, 프랑스 국립 요리학교인 '에콜 페랑디'와 함께 시식회를 주관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에콜 페랑디는 외국 음식으로는 처음으로 한식 과정을 정규 과정에 도입하고, 한국에 요리 학교를 설립하기로 해 한식의 세계화와 위상 제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의 태권도 시범단 공연에 대해서는 "태권도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전통 품새 태권도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이 태권도의 본산이라는 인식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온 것"이라고 했다. K스포츠는 지난 5월 2일 박 대통령 이란 순방 때 태권도 시범단 공연을 주최했었다. 이어 미르재단이 관여한 이란 'K타워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정부와 공공 기관 그리고 기업의 협력을 통해 이란 내에 한류 문화 확산과 기업의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거점 공간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업계에선 "대통령이 잘 못 알고 있다"고 했다. 'K타워 프로젝트'에 대해선 공모 절차도 없이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고 관련 사업 실적도 없는 미르재단이 사업 주체로 포함된 사실이 국감에서 나타났다. 이 과정에 청와대도 관여한 흔적이 드러났다. 'K스피릿' 태권도 시범단도 실적이 전무한 팀으로 태권도계에선 "국기원이 인정하지도 않은 팀이 대통령 행사에 나간 것은 처음"이라고 하고 있다. 또 이들은 태권도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활동도 없었다. K스포츠는 자신들의 재단에 돈을 낸 대기업 중 한 곳에 현 정권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주인인 '비덱'사에 8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재단의 간부는 최씨 모녀의 독일 거처를 구하는 일도 도왔다.

미르재단과 에콜 페랑디의 협력 역시 청와대의 지시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프랑스 요리학교인 에콜 페랑디가 한국에 들어오는 게 한류 세계화와 무슨 상관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 학교를 한국 문화를 해외 관광객 등에게 알리는 '한국의 집'에 만들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는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물 정보]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의혹 해명' 국민이 납득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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