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私製 무기

    입력 : 2016.10.21 03:14

    2009년 개봉된 영화 '허트 로커(The Hurt Locker)'는 이라크전 때 활약한 미 육군 폭발물 처리반의 활약을 다뤘다. 아카데미상 6개 부문을 휩쓴 이 영화에서 급조폭발물이라 불리는 사제 무기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의 위력이 잘 묘사돼 있다. IED는 포탄이나 폭탄, 휘발유 같은 기존 폭발물에 여러 가지 원격 장치나 뇌관을 달아 사용하는 무기다. 도로 변 경계석이나 쓰레기통, 페트병, 죽은 개처럼 폭발물로 알아보기 어려운 물건들을 활용해 폭발물을 만들어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미군과 연합군을 가장 괴롭힌 것은 첨단무기가 아니라 이 IED였다. 지난 2007~ 2008년 아프간전에서 IED에 의한 미군 사상자 수는 그전에 비해 400%나 늘어났다. 미군은 사제 폭발물 공격에 잘 견디는 지뢰 방호 장갑차(MRAP) 도입에 2008년에만 100억달러 넘는 예산을 써야 했다.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 자이툰 부대를 두 차례 취재하러 갔을 때에도 현지 부대가 가장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이 사제 무기였다. 

    [만물상] 私製 무기
    ▶사제 총은 가장 대표적인 사제 무기다. 플라스틱 파이프, 종이, 나무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총기를 만드는 방법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폭죽과 화약, 철제 탄환을 사용하는 엽총 제작법도 공개돼 있다. 유튜브에는 3000만건 이상의 총기 제조법이 돌아다니고 있지만 올 들어 시행된 총기 안전 관련 법률로도 속수무책이다. 해외에 서버가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보스턴마라톤 테러 사건 때 사용된 압력밥솥 폭탄도 인터넷에 제작 매뉴얼이 떠있었다고 한다.

    ▶그제 서울에서 폭행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이 피의자가 사제 총기로 발사한 총탄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 대구에서도 정신이상 증세가 있는 사람이 사제 총을 난사해 경찰관을 비롯해 3명이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 2005년엔 특공대원들도 놀란 사제 저격용 소총을 민간인이 만들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민간인은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눈여겨봤던 저격용 소총 제원을 뽑아 총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 전직 주한미군사령관은 7년 전 북한이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IED 활용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한국군이 북한 급변 사태로 북한 지역 내에서 치안 유지 작전을 펼 때 IED 대책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걸 강조한 말이다. 이제 군뿐 아니라 민간인들도 사제 무기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시대가 된 것 같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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