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 대통령 '최순실 의혹 해명' 국민이 납득하겠나

조선일보
입력 2016.10.21 03:18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이 "재계 주도로 설립"됐다고 했다. 그러나 돈을 낸 대기업들은 전부 "내라고 해서 냈다"고 했다. 돈을 낸 이후엔 그 재단들에 관심도 두지 않았다. "청와대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해 전경련이 돈을 걷었다"는 대기업 임원의 증언이 국회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대기업 발목을 비틀어서" 미르재단 모금이 이뤄졌다고 했다. 청와대가 나서지 않고서는 하루 만에 수백억원이 모일 수 없다. 청와대가 주도하지 않고는 이틀 만에 재단이 만들어질 수도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세종시에 있는 담당 직원을 서울 출장까지 보내 미르 설립 서류를 받도록 했다. 서류도 엉터리인데 전부 무사통과됐다.

박 대통령은 이 재단들이 "(대통령) 해외 순방 과정에 (한류 행사에) 참여하면서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 세계에 퍼트리는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그런 훌륭한 일을 했는데 의혹이 불거진 뒤 두 재단은 왜 서둘러 서류 파쇄 등 증거를 인멸한 것인가.

박 대통령은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고 했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을 보면 최순실과 문화계 황태자라는 차은택 두 사람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주인 행세를 했다. 미르재단 이사장, 이사들은 차씨가 골랐고,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최씨 단골 스포츠마사지센터 운영자였다. K스포츠의 한 간부는 올 1·5월 최씨 모녀의 독일 거처를 구하는 일을 도왔다. K스포츠 직원들은 최씨가 설립한 또 다른 '블루K'란 회사에서 일했다. K스포츠는 돈을 낸 대기업 중 한 곳에 최씨가 주인인 '비덱'사(社)에 80억원을 추가로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정도면 공익 재단인 K스포츠가 최씨 사유물(私有物)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오랜 특수 관계다. 학교에 가지 않은 최씨 딸에게 학점을 준 이대 교수는 1년에 55억원의 정부 연구비를 받았다. 정부 배경 없이 어려운 일이다. 차은택씨도 박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 차씨와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교수가 문화부 장관이 되고, 차씨 외삼촌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다. 두 재단과 블루K, 최씨 집, 최씨 단골 마사지센터와 박 대통령 사저(私邸)는 반경 1.7㎞ 안에 모여 있다. 미르재단의 전직 간부는 최씨가 "나라 위해 열심히 뜻 모은 것"이라고 말하는 녹음 파일을 언론에 들려주기도 했다. 최씨가 재단 핵심 관계자들에게 "VIP의 관심 사항"이라고 했고, 최씨 소유 블루K의 '블루'가 청와대를 의미한다는 증언도 보도됐다. 용(龍)을 의미하는 '미르'가 재단 이름에 쓰이기도 했다. 국민이 두 재단을 청와대와 연결 지어 보지 않을 수 있는가.

이런 의혹들에 박 대통령은 일절 답하지 않았다. 심지어 미르나 K스포츠, 최순실, 차은택이라는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라도 자금 유용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청와대 홍보수석이 '검찰 수사를 뜻하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지금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다. 무슨 관계길래 최씨 등이 이렇게 무소불위냐는 것이다. 국민은 대통령을 쳐다보고 있는데 대통령은 마치 남 얘기하듯 '누구라도 불법 있으면 처벌받을 것'이라고 한다. 더구나 지금 검찰은 정상이 아니다.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수사를 우병우에게 보고하는 검찰이다. 그 우 수석이 최순실 수사도 보고받게 된다. 국민이 이를 납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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