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우병우 수사' 우병우에게 보고했다

조선일보
입력 2016.10.19 03:19

17일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 관련 사항을 청와대에 보고하느냐'고 질의하자,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언론에 보도됐거나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 등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보고한다'고 답했다. 청와대에 보고한다는 대답은 곧 우 수석에게 보고한다는 뜻이다.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우 수석이 자신에 대한 수사 내용을 보고받는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희극 프로가 아니라 지금 이 나라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우 수석에 대한 수사는 넥슨 뇌물로 구속된 진경준 전 검사장이 우 수석 처가 땅이 넥슨에 팔리는 데 역할을 하고 우 수석은 그 보답으로 진 전 검사장 인사 검증을 무사통과 처리했느냐는 것이 핵심이다. 검찰은 진 전 검사장에 대한 수사의 경우 특임검사에게 맡긴 후 검찰총장에게 직보(直報)하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우 수석이 수사 대상이라면 당연히 우 수석을 보고 라인에서 배제시켜야 맞다. 우 수석 관련 수사 내용만큼은 우 수석 상급자인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되는 것이다. 만일 수사 핵심 내용이 우 수석에게 보고돼 그에게 대비할 시간과 기회를 줬다면 법무부는 심각한 수사 방해 행위를 저지른 것이 된다.

법무부가 이런 당연한 상식도 생각 못 해낼 정도의 조직은 아니다. 지금 검찰에선 상식 밖의 일탈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여기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상한 일들은 전부 대통령이나 우병우 수석과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다. 결국 청와대가 검사들의 가장 약한 부분, 예컨대 인사나 승진과 같은 권한을 이용해 무리한 일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애초부터 검찰이 자신들의 인사권을 사실상 행사하는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 검찰은 우 수석 사무실·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 다른 수사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더니 기자들과 티타임 자리에서 '우 수석 무혐의'를 슬쩍 흘리기까지 했다. 검찰을 위해서도 모든 내막이 밝혀져야 한다.
[인물 정보]
법무부 국감서 우병우 '셀프수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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