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딸 리포트엔 '망할××' '비추함'

조선일보
  • 이슬비 기자
    입력 2016.10.18 03:00 | 수정 2016.10.18 11:21

    비속어에 오탈자… 학기 끝난 뒤 내고도 C+ 학점
    철자법 첨삭지도까지 한 담당 교수 "잘 하셨어요"

    - 김병욱 의원, 梨大 자료 공개
    블로거 글 거의 그대로 베끼기도…
    최경희 총장 "특혜 전혀 없었다", 이대생 "교수로서 양심 남아있나"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취득 과정에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20)씨가 '망할 새끼'나 '비추함(비추천한다는 뜻)' 같은 비속어를 쓴 리포트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대(梨大)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씨는 올해 1학기 전공인 체육과학부 이모 교수의 '코칭론'을 수강하면서 '마장마술의 말 조정법'이라는 제목의 A4용지 8장짜리 리포트를 이메일로 제출했다. 출석·시험 대체용으로 제출한 것이다. 정씨는 이 리포트에서 '고삐에 자꾸 기대는 말을 쉽게 풀어내는 방법' 중 '강하게 세우기'라는 기술을 설명할 때 비속어와 욕설, 맞춤법이 틀린 표현들을 썼다. 예를 들어 "해도해도 않되는 망할 새끼들에게 쓰는 수법. 왠만하면 비추(추천하지 않음)함"이라고 쓴 것이다.

    또 승마의 리듬을 설명하면서 "구보는 3절 운동이다. 마음속에 메트로놈(음악의 박자를 나타내는 기계) 하나놓고 달그닥. 훅 하면 된다"라고 썼다. '숄더 인'이라는 마장마술 기술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한 블로거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거의 그대로 복사해 옮겨놨다.

    17일 오후 8시쯤 이화여대 ECC홀에서 이 학교 학생 1000여명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학·학점 특혜 의혹을 풍자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왼쪽). ‘금메달, 다그닥, 성공적’은 정씨가 수시 서류 마감 이후에 딴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금메달을 소급 적용받아 입학했다는 뜻이다. 정씨의 과제물을 이메일로 받은 교수가 “앗! (파일이) 첨부가 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답장한 것을 패러디한 문구도 있다. 최경희 이대 총장이 교수·교직원을 상대로 한 설명회가 끝난 후 황급히 설명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오른쪽).
    17일 오후 8시쯤 이화여대 ECC홀에서 이 학교 학생 1000여명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학·학점 특혜 의혹을 풍자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왼쪽). ‘금메달, 다그닥, 성공적’은 정씨가 수시 서류 마감 이후에 딴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금메달을 소급 적용받아 입학했다는 뜻이다. 정씨의 과제물을 이메일로 받은 교수가 “앗! (파일이) 첨부가 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답장한 것을 패러디한 문구도 있다. 최경희 이대 총장이 교수·교직원을 상대로 한 설명회가 끝난 후 황급히 설명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오른쪽). /뉴시스

    담당 교수는 정씨의 리포트 곳곳에 밑줄을 치고 "초등생 초보자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자세히 설명해보세요" "앗 왜 그럴까요?"라며 띄어쓰기와 맞춤법을 첨삭 지도했다. 또 "잘 하셨어요" "유라 학생은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이 교과를 통해 더욱 행복한 승마가 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격려했다. 정씨는 이 리포트를 학기가 끝난 7월에 제출하고도 C+ 학점을 받았다.

    정씨는 또 1학기에 다른 체육과학부 교수의 '운동생리학' 수업에서도 띄어쓰기 실수와 오탈자가 많이 섞인 리포트를 제출하고 C+ 학점을 받았다. 정씨의 리포트에는 "운동전 몸을스트레칭하기에도 좋고 운동후 뭉 ㅊㄴ몸을풀기에도 좋습니다"라고 돼 있다.

    정씨는 해외 훈련을 이유로 올해 1학기 수업에 거의 출석하지 않고 대부분 리포트로 대체했다. 그런데도 학점 취득이 가능했던 것은 이대가 지난해 9월 실기 우수자 학생들에 대해 과제물이나 입상 실적만 제출해도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내규를 바꿨기 때문이다. 정씨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본지는 해당 교수들에게 수차례 해명을 요구하는 전화와 문자를 보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 16일 이대 생활환경관 건물에는 정씨와 같이 수업을 들었다고 밝힌 학생이 쓴 대자보가 붙었다. 이 학생은 대자보에 "지난 학기 의류학과의 '컬러플래닝과 디자인' 수업을 들으면서 과제 때문에 수많은 밤을 새웠다"며 "그런데 정씨는 어떻게 수업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최소 B(학점) 이상을 챙길 수 있냐"고 썼다. 17일 이 대자보가 철거되자, 학생들은 "당당하다면 대자보는 왜 떼십니까" "교수로서 양심이 남아있다면 이제 그만 모든 걸 멈춰주세요" 같은 쪽지를 붙이며 항의했다.

    최씨 딸 관련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이대는 17일 오후 4시쯤 ECC 이삼봉홀에서 교직원을 상대로 긴급 설명회를 개최했다. 비공개로 열린 설명회에는 이대 교수와 교직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최경희 이대 총장은 설명회 전 기자들과 만나 "(최씨 딸에 대한) 특혜는 전혀 없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2시간가량 설명회가 끝난 뒤 송덕수 이대 부총장은 "(부실한) 리포트를 받은 문제와 관련해서는 (학사 관리에) 다소의 부실이 있었다"면서 "법인 중심으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 철저히 조사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장 앞에는 82일째 학교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 중인 학생들을 포함해 이대 학생 1000여명이 모여 "비리 총장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송 부총장은 "총장이 사퇴할 정도로 잘못한 것은 없다. 총장은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이대 교수협의회 김혜숙 공동회장(철학과 교수)은 "교수협의회는 19일 오후 '최경희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이화 교수들의 집회 및 시위'를 시작으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학교 정보]
    이화여대 교수들 '130년만의 총장 퇴진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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