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카톡 스트레스에… 카톡 지우는 사람들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6.10.18 03:00 | 수정 2016.10.18 07:52

    10분에 100건 넘게 잇단 알림음, 시도 때도 없이 게임초대 메시지
    "노란색만 봐도 짜증날 지경"

    탈퇴 후 재가입 땐 탈출 가능 등 카톡 노이로제 대처법 공유하고 '카톡 없이 살기' 은둔족 늘어

    카카오톡 이용 현황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나갈 수도 없고, 마치 감옥에 갇힌 기분입니다."

    직장인 정모(36)씨는 최근 졸업한 지 23년 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들과 만든 단체 카톡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총 15명이 있는 이 카톡방에서 활발히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은 단 3명뿐이다. 카톡방 개설 직후엔 안부를 묻는 대화가 활발히 오갔지만 별 이야깃거리가 없자 대부분 조용해졌다. 그러나 이 3명은 "우리가 죽은 카톡방 살리고 있다"며 이 방에서 시시콜콜한 일상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정씨는 "카톡방을 탈퇴하자니 눈치가 보이고, '너희끼리 따로 얘기하라'고 하면 실례인 것 같아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많을 때는 10분도 안 돼 100건 이상 '카톡' 하는 알림 메시지가 울려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으며 '카톡 노이로제'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원하지 않는 '카톡' 메시지가 수시로 전달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카톡 감옥(나갈 수 없는 단체 카톡방)' '카톡 공해(公害·불필요한 카톡 메시지)' 같은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다.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카카오톡을 이용한 사람은 3000만명이 넘었고, 1인당 하루 약 24분(평균 78회) 카톡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용자는 "'단체 대화 기능'이나 '읽음 표시 기능' 등 처음 카톡을 인기 메신저로 만들었던 편리한 기능들이 지금은 오히려 스트레스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게임 회사 등 다양한 업체가 카카오톡과 제휴해 보내는 각종 '푸시(알림) 메시지'도 노이로제 원인으로 꼽힌다. 직장 업무 때문에 휴대전화를 항상 끼고 산다는 박모(여·33)씨는 "회의 중에 카톡이 와서 몰래 휴대전화를 열었는데 '어서 와 ○○○(게임 이름)은 처음이지?'라거나 '(광고) 무료 음료 사이즈 업그레이드 쿠폰' 등 카톡 메시지가 뜨면 화가 벌컥 난다"고 했다. 2014년 한 설문 조사 업체가 '모바일 메신저 사용 시 가장 불편한 점'(중복 응답 가능)을 물었더니 '무분별한 게임 메시지'(49.6%)가 2위였고 '광고 메시지'(25.9%)가 3위로 꼽혔다. 1위는 '원치 않는 친구 자동 등록 기능'(57.6%)이었다.

    대다수 모바일 게임은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카톡 친구를 게임에 초대하면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이 같은 '게임 초대 메시지'도 카톡 노이로제를 키운다. 정부 중앙부처 김모(46) 과장은 "내년 예산안 관련 중요한 회의를 하는데 다른 부처 공무원에게 카톡 메시지가 와서 확인했더니 게임 초대 메시지였다"며 "자기 좋자고 아무 죄책감 없이 남의 바쁜 시간을 뺏는 것은 폭력 아니냐"고 말했다. 일부 10~20대는 모바일 게임 혜택을 얻기 위해 '유령방'이라는 편법까지 사용하고 있다. 유령방은 오로지 게임 초대 메시지만을 보내기 위해 만든 카톡방으로, 수백 명이 방에 들어와 있지만 서로 모바일 게임 초대만 할 뿐 대화는 하나도 오가지 않는다. 대학생 이모(23)씨는 "게임 초대 메시지를 보내면 '그만 좀 보내라'고 짜증 내는 사람이 많아 유령방을 이용한다"며 "어떤 유령방은 가입비로 3000~1만원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인터넷에선 이런 '카톡 노이로제'에 대응하는 방법 등이 공유되고 있다. "'카카오톡 탈퇴 후 재가입'을 하면 카톡방에서 몰래 나갈 수 있다"거나 "'비행기 모드'를 하고 메시지를 읽으면 '읽음 알림 기능(상대가 보낸 메시지를 읽으면 숫자가 사라지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같은 팁이다. 카톡 노이로제를 피해 '카톡 없이 살기'에 도전하는 은둔족도 늘고 있다. 카톡을 지운 지 3개월이 됐다는 한 네티즌은 "처음엔 힘들었는데 기간이 지날수록 편해졌다"며 "정작 주변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말하지 나 자신은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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