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워싱턴 Live] 性추문 범벅 19금 대선… 美국민 절반 "지친다"

    입력 : 2016.10.17 03:00 | 수정 : 2016.10.17 07:33

    미국 이끌 정책 대결 안 보이고 "나도 당했다" 희생여성 속출…
    트럼프 "나는 중상모략 희생자"
    힐러리의 건강 문제 공격하며 "TV토론 前 약물 테스트해야"

    강인선의 워싱턴 Live 로고 이미지
    "운동 선수들이 경기 전에 약물 테스트하듯이 우리도 다음 대선후보 TV토론 때는 약물 테스트를 해야 한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15일 뉴햄프셔주 포츠머스 유세에서 이렇게 외쳤다. 오는 19일 3차 TV토론 전에 약물검사를 하자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 토론에서 클린턴은 처음에는 흥분하더니 마지막에는 자동차까지 가지도 못하더라"며 다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건강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의 대부분을 힐러리 비난에 쏟아붓고 성추행 의혹 부인에 할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일자리 만들어주고 안전하게 살게 해주겠다는 이야기도 두서없이 쏟아냈다. 이전 유세와 비교하면 연설 중 클린턴 비난이 훨씬 더 늘었고 수위도 높았다.

    ◇트럼프 유세장의 클린턴 지지자들

    이날 유세장은 도요타 자동차 판매점 뒷마당을 막아 만들었다. 보스턴 글로브는 이날 약 2000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한여름에 비하면 열기는 다소 식었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여전히 힐러리 공격 대목에선 주먹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유세장 앞에서 트럼프 티셔츠와 모자를 파는 노점엔 "힐러리를 감옥으로"라고 새겨진 티셔츠가 등장했다. 길 건너에선 몇 사람이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미워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사기꾼"이란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클린턴 지지 포스터를 들고 용감하게 유세장을 누비는 사람도 있었다.

    크리스틴 앤더슨, 서머 저보스, 린제이 로한.
    크리스틴 앤더슨, 서머 저보스, 린제이 로한.

    ◇'19금 대선'

    요즘 미국 대선은 '19금 선거'가 됐다. 핵심 주제는 연쇄 성추행 의혹이다. 대선 뉴스는 "갑자기 키스했다" "스커트 속에 손을 넣었다" "가슴을 움켜쥐었다"는 말들로 범벅이 돼 있다. 트럼프의 11년 전 음담패설 동영상이 공개된 후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거의 10명에 달한다. 사진작가 크리스틴 앤더슨(46)은 14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 뉴욕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트럼프가 자신의 미니스커트로 손을 밀어 넣었다고 말했다. 리얼리티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 출연한 서머 저보스(41)는 LA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가 2007년 베벌리 힐스의 한 호텔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CNN은 트럼프가 2004년 DJ 하워드 스턴 인터뷰에서 당시 18세 여배우 린제이 로한을 대상으로 저급한 성적 농담을 한 녹음 파일을 14일 공개했다.

    ◇트럼프 "나는 희생자"

    트럼프 캠프는 이 같은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 여성들이 '유명해지고 싶어서' 이런 일을 꾸몄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여성 외모를 모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1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유세에선 과거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제시카 리즈를 거론하며 "그녀는 나의 첫 선택이 될 수 없다. 어젯밤 끔찍한 여자(리즈)를 본 여러분들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도리어 자신이 희생자라는 주장도 편다. "나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중상모략의 희생자"라는 식이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NBC가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는 트럼프의 이 같은 의혹 부인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했던 사과에 대해서도 60% 가까이가 진지한 사과가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인 절반이 대선 스트레스 시달려

    15일 레이건 공항에서 트럼프의 성추문 의혹을 다루는 뉴스채널을 보던 한 승객은 "재미없어도 좋으니 제발 정책 얘기 좀 하라"고 중얼거렸다. 전직 은행직원인 중년 남자도 "요즘 주변에서 우리 같은 백인 중년남자를 싫어하는 것 같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숨은 트럼프 지지자' 아니냐고 의심한다"고 했다. 미국 심리학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반 이상이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에 관계없이 대선 때문에 심각하게 또는 다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클리블랜드 연설에서 "트럼프가 이번 대선을 최대한 저급하게 끌고 가려고 한다"며 "트럼프는 한창 경기 중인데 왜 자신이 지고 있는지에 대해 항상 변명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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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가장 추잡"... 망가진 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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