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만 두는 건 作品을 죽이는 일"

    입력 : 2016.10.17 03:00

    [세계적 컬렉터 부디 텍 訪韓]

    화교 3세 인도네시아 양계 사업가
    장 샤오강 작품 등 1500여점 모아 자카르타·상하이에 미술관 설립
    박서보·서도호 작품도 소장

    세계 미술 시장은 '수퍼 컬렉터'라 불리는 초특급 소장가들의 손에 움직인다. 이들이 어떤 작가에게 관심을 보이느냐에 따라 작품 가격이 요동친다. 이렇게 세계 미술 시장을 주무르는 컬렉터 중 최근 들어 아시아 컬렉터가 급부상하고 있다.

    그 대표 주자가 화교 출신 인도네시아 컬렉터 부디 텍(중국명 위더야오·余德耀·59)이다. 2011년 미국 미술 전문지 '아트+옥션'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컬렉터'에 아시아인 최초로 8위에 오른 인물로,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컬렉터로 꼽힌다. 장 샤오강, 아이 웨이웨이, 팡 리준 등 중국 현대미술 작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세계 무대 중심에 중국 미술을 올려놓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컬렉터 부디 텍은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을 지녔다. 그는 “좋은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미술계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를 하며 나 자신을 개발시킨다. 평생을 함께할 작품을 만났을 땐 정말로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컬렉터 부디 텍은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을 지녔다. 그는 “좋은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미술계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를 하며 나 자신을 개발시킨다. 평생을 함께할 작품을 만났을 땐 정말로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13~16일) 참석차 방한한 부디 텍을 15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검정 셔츠에 갈색 가방을 어깨에 걸친 그는 운동화 차림이었다. '수퍼 컬렉터' 타이틀이 무색하게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을 한 그는 함께 온 딸, 아내와 이태원길, 리움 미술관에서 찍은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실시간으로 올리고 있었다. "나는 가족을 사랑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사업가이자 컬렉터일 뿐이에요." 유창한 영어로 그가 말했다.

    부디 텍은 '닭고기 사장'에서 '세계적 컬렉터'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화교 3세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양계(養鷄) 회사 '시에라드 프로듀스(Sierad Produce)'를 운영해 부를 축적했다. 원래 미술엔 문외한이었단다. "2004년 한 아트 딜러에게서 중국 현대 작품을 샀어요. 마음에 들어 회사 사무실 벽에 걸었는데 걸고 나니 그 옆에 빈 벽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대부분 사람은 빈 벽이 다 채워지면 그림 사는 것을 멈춘다는데 나는 그걸 멈추지 못해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웃음)." 그는 일생의 작품이 된 그 작품이 뭔지는 '비밀'이라고 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유즈 미술관’은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해 만든 9000㎡ 공간이다. 격납고의 특성은 보존하면서 대형 작품을 보여줄 수 있도록 내부 전시 공간을 널찍하게 만들었다. 현재 이곳에선 부디 텍의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유즈 미술관’은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해 만든 9000㎡ 공간이다. 격납고의 특성은 보존하면서 대형 작품을 보여줄 수 있도록 내부 전시 공간을 널찍하게 만들었다. 현재 이곳에선 부디 텍의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유즈 미술관
    미술은 그에게 새 세상을 열어줬다. "양계 사업은 규칙적이고 빠른 속도로 돌아가지만, 미술은 인내를 요구했어요. 작품을 사고 작가, 아트 딜러, 큐레이터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니 사업만 알던 때와 달리 경험의 폭이 확 넓어졌지요."

    2010년 670만달러(현재 환율 75억원)에 구입한 중국 화가 장 샤오강의 '창세편'을 포함해 스위스 조각가 자코메티, 독일 작가 안젤름 키퍼 등 1980~1990년대 중국 작품과 서양 작품 등 1500여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소장품을 '아이(Kid)'라 불렀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중요한 것처럼 내 아이들(작품)도 하나하나 다 소중하다"는 그는 자카르타(2008년)와 상하이(2014년)에 '유즈 미술관(중국명 위더야오 미술관)'을 설립해 사랑하는 '아이들'을 공개했다.

    상하이 '유즈 미술관'은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해서 만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만간 인도네시아 발리에 '부디 데사' 예술 공원(art park)도 열 예정이다. "작품을 수장고에만 두고 나만 보는 건 작품을 죽이는 일이에요. 나는 미술관을 미술의 진가를 알리는 '교육기관'으로 생각합니다." '톱(top) 컬렉터'보다는 '유즈 미술관'이란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장 리스트 중엔 박서보, 서도호, 최우람 등 한국 작가도 많다. "한국 미술 중에선 단색화가 특히 눈에 띈다"며 "단색화는 서구 영향이 아닌 한국 정신이 숨 쉬는 한국 미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년에 상하이 유즈 미술관에서 대규모 단색화 기획전을 열 예정이다. 한국 미술계에 조언을 부탁했다. "세계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해외에서 활동하는 훌륭한 한국 큐레이터가 많아요. 그들을 해외에 빼앗기지 말고 한국으로 불러들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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