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조금만 아파도 환자 떠넘기고 高價치료 남발

입력 2016.10.15 03:00

[고령사회의 뒷모습, 요양시설] [2]

- 의료계의 골칫거리
서울대병원 응급실 환자 15%가 요양병원서 보낸 非응급환자
의료진, 정작 급한 환자 치료 못해
암 환자 유치후 실손보험 된다며 검증 안 된 값비싼 치료 유도
- 항생제 내성균의 온상으로
감염 관리 의료진 거의 없어… 환자들 내성균에 무방비 '노출'

지난달 중순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요양병원에서 온 환자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경기 북부 요양병원 입원 환자 최모(75)씨는 폐렴 증세가 악화하자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4인실 병실에 입원했는데 며칠 후 환자 몸속 세균 검사에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이 검출됐다. 카바페넴은 장내세균이 여러 항생제 내성을 가질 때 최후로 쓸 수 있는 항생제로, 이 내성균이 발견되면 초비상이다. 전염 가능성 때문에 의료진은 요양병원 환자는 물론 같은 병실 환자들을 모두 격리 조치했다. 격리당한 환자들은 "그렇게 무서운 세균을 가진 환자를 왜 같은 병실에 뒀느냐"고 병원 측에 항의했다.

내성균의 온상으로 떠올라

항생제 내성균 증가 추이
요양병원이 항생제 내성균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가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을 오가는 과정에서 각종 항생제 내성균을 퍼뜨리는 것이다. 요양병원은 한 병실에 10여 명까지 머무는 협소한 공간이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균 환자가 한 명이라도 생기면 금세 주변 환자들에게로 옮길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반코마이신이라는 강력한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장내세균 분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반코마이신 내성균이 2007년 20.5%에서 2014년 49.1%로 배 이상 늘었다. 이 기간은 전국적으로 요양병원이 급속히 늘어난 시기로 내성균 숙주 역할을 한 셈이다. 종합병원의 내성균 비율은 같은 기간 26%에서 36.5%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케어 중심의 요양병원에는 감염 관리 의료진이 거의 없는 데다 항생제 내성균 검사를 바로바로 할 수 있는 임상병리 인력과 시설이 없다. 전국 요양병원 1402개 중 혈액과 세균 검사를 담당하는 임상병리사는 626명에 불과하다. 연세대 의대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를 중증 환자가 모여 있는 대학병원으로 보낼 때는 외부 검사 기관에 의뢰해서라도 최소 항생제 내성균 여부는 미리 알려줘야 사전에 격리 조치를 해서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증 안 한 고가 면역 치료도

요양병원 환자에게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도 대학병원 응급센터로 환자를 떠넘기는 일도 잦다. 이번 달 초 서울대병원 응급센터에는 서울의 한 요양병원 환자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차로 실려 왔다. 환자의 증상은 소변에서 피가 검출되는 정도였다.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서울대병원 응급센터에 다른 병원에서 구급차로 온 환자 130명 중 요양병원 환자가 15%인 19명이었다. 이 환자들 대부분은 응급이 아닌 전신 쇠약, 혈뇨, 급성 소화불량 등 증세를 보였다.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는 "환자가 임종 상태가 되었는데도 응급센터로 보내 무의미한 심폐소생술을 하게 하거나 말기 환자 뒤치다꺼리를 하게 한다"며 "요양병원도 웬만한 응급처치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응급센터가 본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다섯 중 한 명(21%)은 65세 이상으로 은퇴 시기를 넘긴 의사들이다.

최근에는 거의 업종 전환 수준으로 암환자만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요양병원도 늘어나고 있다. 이 병원들은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았거나 항암 치료 중간에 쉬는 기간의 환자들을 입원시켜 다양한 암 치료를 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암요양병원은 전체 120병상 중 90병상이 암 환자다. 대부분 유방암이나 대장암을 앓는 40~50대 환자들로 거동이 자유로워 간병인을 둘 필요가 없다. 이들은 요양병원에 한두 달 머물며 고주파 온열 암 치료, 면역 주사 치료, 영양 주사 치료 등을 받는다. 모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비급여 치료다. 한 달 입원 비용이 300만~500만원 든다. 거의 모든 환자가 암 치료비를 되돌려받는 이른바 '실손보험' 가입자다. 환자들은 거의 무상으로 암 치료를 받아 좋고, 요양병원은 치료비 부담을 느끼지 않는 암 환자를 유치해서 좋은 구조다.

대한암학회 김열홍(고려대병원 종양내과) 이사장은 "면역 치료 같은 것은 어떤 후유증이 생길지 몰라 대학병원에서 해야 하는데 요양병원에서 너무 많이 시행하고 있어 환자 안전에 문제가 된다"며 "상당수 암 치료는 고가이지만 효과가 공식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