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중국해 전체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한다면, 미국은 캘리포니아에서 필리핀에 이르는 태평양 전역을 '미국해(American Sea)'라고 할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무장관을 그만둔 지 8개월이 지난 2013년 10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가진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해킹 이메일을 인용해 보도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이 이메일이 클린턴 캠프의 선대위원장인 존 포데스타의 계정에서 나왔다고 했다.

13일(현지 시각) 유명 토크쇼‘엘런쇼’에 출연한 힐러리 클린턴(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진행자 엘런 디제너러스(오른쪽).

SCMP에 따르면 클린턴은 "중국은 기본적으로 남중국해 전체를 통제하고 싶어한다"며 "누군가가 이를 견제하지 않는다면 에너지를 포함해 전 세계 교역량의 48%가 오가는 이 해역이 막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클린턴은 강연에서 국무장관 시절 중국 측 대화 파트너와 남중국해에 관해 논쟁했던 일도 공개했다. 그는 "중국은 환초(環礁)에 좌초한 어선에서 나온 도자기 조각을 근거로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데, 그런 논리대로라면 미국은 2차대전 때 병력을 호송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태평양 전역에 대한 영유권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클린턴은 이 일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장 대단했던 논쟁 중 하나"라고 했다. 클린턴이 언급한 대화 파트너는 다이빙궈(戴秉國)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SCMP는 해킹 이메일에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前) 주석보다 나은 정치인"이라고 한 클린턴의 말도 나와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13년 외부 강연에서 "시 주석은 후 전 주석보다 세련되고 효율적인 대중 지도자"라며 "시 주석이 세상을 더 많이 알고 더 경험이 많은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재임 4년간 가장 큰 걱정거리는 중국 군부가 외교정책을 만든다든가 하는 식으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며 "후 전 주석은 장쩌민 전 주석과 달리 인민해방군을 장악하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