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의 뒤집어보기> '썩은 전립선이 주는 상'의 매력

    입력 : 2016.10.14 16:53 | 수정 : 2016.10.14 18:10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2012년 수상자인 중국 작가 모옌(莫言)처럼 격변의 시대를 유머러스하게 담는 경우나, 주제 사라마구(1998)의 ‘눈 먼 자들의 도시’처럼 스토리텔링이 강력한 작품은 꽤 드문 편이다. 영화 ‘양철북’을 감동적으로 봤다고 귄터 그라스(1999)의 책을 집어들면, 그 깊은 비유와 사유로 인해 눈꺼풀이 빠른 속도로 눈동자를 ‘추행’해 옴을 느낄 것이다.

    2011년 수상자인 스웨덴의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는 이름을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책을 반쯤 읽은 듯 노곤해지고, 그 피곤함은 지난해 수상작가인 벨라루스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 이르러 절정에 이른다. 이런 작가가 수상하면 기자들도 곤란하다. 작품을 제대로 평론해 줄 교수나 평론가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은 ‘문학의 보편성’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언어권 작가를 골라 시상하는데, 바로 이런 이유로 ‘보편적 관심’을 잃게 되는, 참으로 딱한 처지에 놓이던 찰라였다. 요즘 노벨문학상이.

    “이건 노망난 히피들의 산패한 전립선이 주는 향수(鄕愁)에 젖은 상이다”
    “오바마에게 그저 ‘부시와 다르다’는 이유로 노벨평화상을 준 이래 가장 믿기 힘든 결정이다”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니, 스티븐 킹은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라야 한다”
    “‘미세스필즈(Mr. Fields)쿠키’가 미슐랭 쓰리 스타를 받은 것과 같다. 윈스턴 처칠 때만큼이나 한심하다”

    밥 딜런(75)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영미권 소설가들이 악평을 쏟아내고 있다. 욕도 참 ‘퀄리티’있게 한다. ‘산패한 전립선(rancid prostate)’라는 창의적 표현이 특히 그렇다. 밥 딜런의 수상을 ‘팝 컬처의 제왕에게 또 다른 장신구를 바치는’ 행위로 보는 이들은 갈수록 옹색해지는 문학의 위상을 떠올리며 극렬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때 좋은 동료사이였던 캐나다 출신 포크가수 조니 미첼,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조선일보DB

    그렇다고 팝계가 온통 하나가 되어 열광하지도 않을 것이다. ‘여자 밥 딜런’이라 불리는 포크의 여왕, 조니 미첼(73)이 지난 2010년 LA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밥 딜런을 맹비난한 일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여간해선 인터뷰를 하지 않는 조니 미첼은 당시 기자에게 “그에게 ‘진짜(authentic)’라곤 하나도 없다. 그는 표절자다. 그의 이름도 가짜(딜런이란 이름은 영국 시인 딜런 토마스에서 따왔다)고, 목소리도 가짜다.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사기”라고 말했다. 밥 딜런이 큰 무대에 세워준 덕에 ‘전국구’ 가수로 뜬 조니 미첼의 이런 얘기는 당시 수많은 해석을 낳았다.

    “조니 미첼은 ‘여자 밥 딜런’이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해있으며, 그의 성공에 질투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다른 쪽에선 조니 미첼의 그런 주장이 일리있다고 했다. 밥 딜런의 2006년 앨범 ‘모던 타임스’ 가사가 미국 시인 헨리 팀로드의 시를 베낀 것이고, 다른 음반은 일본 작가가 쓴 ‘사랑과 도둑질’의 일부를 말도 없이 ‘도둑질’했으며, 뮤지션 제임스 다미아노가 수십년째 밥 딜런을 향해 “도둑질해간 내 지적 재산권을 돌려달라”고 싸우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노벨문학상을 두고 이렇게 ‘환호’와 ‘비난’이 엇갈리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기자는 아직도 환호 쪽에 서야 할지, 비난 쪽에 설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하나는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흥행성’을 염두에 뒀다면, 올해 선택은 탁월했다는 점이다. 입 가진 모든 이가 한마디씩 거들 수 있는 노벨상, 이 역시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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