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불통? 운동권 위기의식? 서울대생 시흥캠퍼스 반대 이유는

조선일보
  • 문현웅 기자
    입력 2016.10.12 03:00 | 수정 2016.10.13 15:36

    - 5년만에 대학본부 점거
    학생들 "학교가 협의약속 안지켜"
    일부 교수 "신입생 시흥으로 가면 운동권이 후배 양성못할까 반발"

    지난 10일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본부(행정관) 1층 입구를 잠갔던 잠금쇠가 톱에 잘려나갔다. 서울대생 400여 명이 총장실을 비롯한 대학 본부 건물 점거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서울대 학생들이 대학 본부를 점거한 것은 2011년 서울대 법인화 반대 이후 5년 만이다.

    점거에 앞서 오후 6시에 열린 서울대 전체학생총회에서는 서울대 제2캠퍼스인 '시흥캠퍼스' 찬반 투표가 실시됐다. 투표 결과 참석 학생 1980명 중 1483명(74.9%)이 시흥캠퍼스 철회에 찬성했다. 이어 벌어진 행동 방침 투표에서는 참석 학생 1681명 중 1097명(65.3%)이 '본부 점거'를 택했다.

    서울대는 지난 8월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 지역 특성화 사업자인 한라와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시흥캠퍼스에 글로벌 복합 연구 단지를 조성하고 첨단 연구 공간을 만들어 관악캠퍼스에서는 공간 제약 때문에 연구하기 어려웠던 조선, 드론 등의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흥캠퍼스 반대를 주도하는 세력은 운동권인 '사회변혁노동자당' 소속 학생들이다. 학생총회와 본부 점거 농성을 기획한 것도 이 학생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교수는 "운동권 학생들은 연세대 송도캠퍼스처럼 1학년생 전원을 시흥캠퍼스에서 기숙 생활을 시킬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생이 선배들과 떨어져 생활하면 운동권 후배 양성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십 명에 불과한 운동권 학생들의 활동만으로 20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총회에 참석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운동권이 아닌 학생들은 "대학 본부의 불통(不通)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운동권인 서울대 총학생회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이 시흥캠퍼스 실시 협약을 맺기 전에 학생들과 협의하기로 해놓고 약속을 파기했다"며 "더는 학교와의 소통을 기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연대에 다니는 이모(21)씨는 "이러다가 일부 단과대와 학과들이 하루아침에 시흥캠퍼스로 옮겨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학생들은 서울대생의 집단 반발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른 대학들도 제2캠퍼스를 추진하는데 서울대생들처럼 강하게 반대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서강대의 경우 지난달 학교 법인 이사회가 남양주 제2캠퍼스 계획에 제동을 걸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남양주캠퍼스 계획을 확정하라"며 이사회를 성토했다. 연세대는 인천 송도캠퍼스에서 1학년 과정을 보낸 재학생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하숙집보다 저렴한 교내(校內) 기숙사에서 생활해 주거비와 통학비를 절약할 수 있고, 동기생들과 매일 같이 지내며 친해질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서울대는 과거 세종시나 경기도로의 이전 같은 제2캠퍼스 논의가 나올 때마다 항상 반대해왔다"며 "'서울대는 무조건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비뚤어진 특권 의식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학교 정보]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에 학생들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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