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헬스장 다음으로 찾는 곳이 생겼다

    입력 : 2016.10.12 03:00

    [요리에 빠진 20~40대 남성들]

    과거 생계형 요리수업 많았다면 최근엔 취미·교양·사교로 즐겨
    "가짓수보다 필살기 하나에 초점… 가족과 소통하는 도구로도 활용"

    "남자분들이니까 기계는 잘 다루실 수 있죠?"

    지난 8일 오전 서울 방이동의 한 강의실. '기계'를 만지고 있는 20~40대 남성 6명에게 강사 고아라씨가 질문했다. 이탈리아 가전제품 브랜드 스메그(SMEG)가 개설한 '맨즈 쿠킹 클래스' 수강생들이 오븐과 반죽기를 이용해 바나나 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이탈리아 가전제품 브랜드 스메그에서 마련한 남성 전용 베이킹 클래스 참가자들이 강사의 제빵 반죽기 사용법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이탈리아 가전제품 브랜드 스메그에서 마련한 남성 전용 베이킹 클래스 참가자들이 강사의 제빵 반죽기 사용법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스메그코리아

    가전제품 업체가 남성 전용 요리 교실을 연 이유는 오븐 구매 고객 상당수가 남성이기 때문이다. 스메그코리아 박주영 팀장은 "남성 고객들이 오븐으로 빵 한두 가지는 만들어보고 싶다고 요청해 베이킹 클래스를 개설했다"며 "요즘 남성들은 그냥 요리가 아니라 한식, 브런치, 디저트 등으로 관심이 세분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참가자 권오성(26)씨는 "베이킹은 재료 분량, 굽는 시간 등이 정해져 있어 손맛이 필요한 다른 요리보다 쉽게 느껴진다"고 했다. IT 업계에 종사하는 최문찬(48)씨는 "아내와 취미를 공유할 수 있고,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과 요리 얘기를 나누며 대화 물꼬를 트기도 좋다"고 했다.

    남자들이 요리를 배우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요리를 배우는 목적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과거 남성 전용 요리 교실은 은퇴 후 식당을 열기 위해 자격증을 따거나, 하루 세 끼를 아내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삼식이'가 되지 않으려는 중년 남성 대상 '생계형 수업'이 많았다. 최근에는 아내·여자 친구에게 감동을 선사하거나 취미·교양·사교 차원에서 요리를 즐기려는 젊은 남성 대상 '문화 생활형'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CJ제일제당 백설요리원의 경우 지난해부터 남성 전용 요리 수업을 진행해왔다. 이혜진 대리는 "수업이 열릴 때마다 정원(18명)의 4~5배가 신청하는데 20~30대 미혼 남성이 대다수"라며 "올해는 남녀가 함께 참여하는 일반 요리 수업도 남성 참여 비율이 30%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혼밥(혼자 밥 먹기)·혼술(혼자 술 마시기) 문화에 잘 어울리는 간편한 레시피를 알려주는 수업을 개설할 예정이다.

    쿠킹앤 ‘행복남 요리교실’의 마지막 수업은 수강생이 직접 만든 음식으로 가족을 대접하는 파티 형식으로 진행된다.
    쿠킹앤 ‘행복남 요리교실’의 마지막 수업은 수강생이 직접 만든 음식으로 가족을 대접하는 파티 형식으로 진행된다. /쿠킹앤

    음식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푸드 디렉션 군침'에선 남성을 위한 1대1 요리 수업이 인기다. 노민정 대표는 "요즘 남성들은 '이 정도 요리 실력은 기본으로 갖춰야지'라는 생각으로 수업을 신청한다"며 "헬스장에 운동하러 가듯 가볍고 일상적인 취미 생활로 요리를 배우러 온다"고 했다.

    요리 배우는 남성들의 특징은 여성 수강생들에 비해 원하는 바를 더 명확하게 밝힌다는 점이다. 노 대표는 "남성 수강생들이 가장 많이 배우고 싶어 하는 건 닭가슴살 맛있게 요리하는 법, 그다음은 여자 친구 생일에 해줄 수 있는 근사한 요리"라며 "TV로 '먹방' '쿡방'을 많이 접해서인지 겉보기에 화려하고 멋진데 만들기도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운 요리를 가르쳐달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행복남 요리 교실'을 운영하는 '쿠킹앤' 정동수 대표는 "남성 수강생들에게 다양한 요리를 가르치기보다는 각자 자신만의 '필살기'를 하나씩 확보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기혼 남성들은 자신의 '필살기 요리'를 가족과 소통하는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가족과 대화하고 싶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직장인 아버지들이죠. 마지막 수업 때 수강생 가족을 불러 파티를 여는데 남편이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아내가 많아요. 자녀들도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아빠'라고 자랑스러워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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