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나쁜데도 세금은 유독 잘 걷히고 있다. 국세청이 올 7월까지 거둔 세금이 150조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1조원 더 거뒀다. 올해 세금 목표액 대비 실제 걷은 세금을 뜻하는 세수진도율이 67.2%로 작년보다 4.8%포인트 늘어났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고, 기업들이 허리띠 졸라매 가며 비용을 줄인 덕분에 세전 순이익이 전년보다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기업에 대한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인 것도 세수 증대를 가져왔다. 나라 살림에는 보탬 되는 일이다.

다만 일각에서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까지 강도 높은 세무조사 잣대를 들이대 세금을 쥐어짜 낸다는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국세청은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세무조사 건수를 줄이고 있다고 하지만, 세무조사 강도는 훨씬 세져 전체 추징액은 되레 늘었다. 국세청 국감 자료를 보면 2011년 6조1881억원 수준이던 세무조사 추징액이 지난해에는 7조2658억원으로 늘어났다.

세무 당국의 세금 추징에 불복해 심판 청구한 건수도 2013년 5035건에서 지난해 5889건으로 늘었다. 세무 당국이 세금을 잘못 거뒀다며 지난해 납세자들에게 되돌려준 세금액이 전년보다 82% 늘어난 2조4989억원이나 된다. 세무 당국 입장에선 세금을 잘못 걷었다가 돌려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하는 기업들에는 심각한 고통이 된다. 존폐 기로에 서는 기업도 있다. 당국의 억지가 명백한데도 위세에 눌려 억울함을 어디 호소하지 못하는 기업도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세금 걷는 데도 적정선이 있다.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세금 징수를 거위가 모르게 깃털 뽑는 것이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지만 세금이 국민에게 고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불황에도 늘어난 세수의 뒤에서 국민과 기업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도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