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작전하듯… 미르, 왜 10·27에 맞췄나

조선일보
  • 엄보운 기자
    입력 2016.10.07 03:00

    [재단 설립, 그날 안 넘기려 서두른 전경련… 허가 과정 재구성]

    - 이틀 만에 현판식까지
    전경련 "기업들, 도장 챙겨 오라"… 문화부, 세종시 공무원까지 상경
    담당 실장 결재까지 일사천리… 재단, 허가 사흘 前 사무실 마련
    '왜 무리했나' 놓고 각종 說 나와

    야권(野圈)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 설립 허가 과정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국감을 통해 확인된 데 따르면 미르재단은 작년 10월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각 기업에 협조 공문을 보내고 48시간 만에 현판식까지 끝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왜 10월 27일을 넘기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군사 작전하듯이 재단 설립을 서둘렀는지 의문"이라고 하고 있다.

    ◇군사 작전처럼 진행된 허가 과정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팔래스호텔의 한 연회장에는 오전 10시부터 18개 대기업 임직원 50여명이 모였다. 전날 전경련으로부터 '미르재단 설립을 위해 반드시 참석하라'는 협조 공문을 받고 나서다. 공문에는 '기금 출연 증서, 법인 등기부등본, 법인 인감증명 등의 서류와 인감도장을 챙겨 올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더민주 이재정 의원은 "기업 임직원들은 그 지시에 따라 전경련 측 법무사에게 출연 금액을 약속하는 '증서'와 법인 등기부등본, 2통의 법인 인감증명과 인감도장을 건넸다"고 했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당시 참석자들에 따르면 전경련에서 준비해둔 가짜 회의록에는 참석하지도 않은 회사 간부 이름과 발언 내용이 적혀 있었고, 다짜고짜 그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하는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미르 설립 허가 과정 정리 표

    교문위 국감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 김모 주무관은 세종시에서 문체부 서울사무소로 올라와 오후 5시쯤 전경련 관계자를 만났다. 김 주무관은 전경련 측으로부터 자료를 받자마자 재단 허가 신청 서류를 결재 시스템에 등록했다. 즉시 담당 사무관과 과장의 결재가 이뤄졌고, 다음 날인 27일 오전 9시 36분쯤 담당 실장의 최종 결재가 끝났다. 또 법사위 국감 결과 등에 따르면 미르재단은 이날 오전 10시 5분 대법원에 재단법인 등기 신청을 했다. 하지만 문체부에서 '미르재단에 설립 허가를 통보한 건 이보다 15분 뒤인 10시 20분쯤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미르재단은 문체부로부터 설립허가증을 받기도 전에 법원에 등기를 신청했다"며 "출생 전 출생신고를 한 꼴"이라고 했다. 대법원에서 등기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건 이날 오후 4시 30분쯤이지만 전경련은 이미 오전 11시쯤 '미르재단 발족' 보도 자료를 배포했고 2시엔 미르재단 현판식을 했다. '27일 재단 설립'을 위해 청와대, 전경련, 정부 등이 톱니바퀴처럼 긴밀하게 움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사무실, 허가도 나기 전 3일간 준비

    또 다른 의문은 이처럼 재단 설립이 급작스럽게 이뤄지기 전에 이미 재단이 쓸 사무실 계약은 돼 있었다는 점이다. 미르재단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 시점은 법인 허가가 나기 3일 전인 작년 10월 24일이었다.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600만원이고 계약금 3000만원은 계약 당일인 10월 24일 현장에서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사무실 임차인 김모씨는 광고업계 그래픽디자이너로 '문화계 황태자' 논란이 일고 있는 차은택씨와 오랫동안 함께 일을 했던 인물이다. 더민주 등 야당에선 차씨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비선 실세'와 친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문체부 장관이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차씨와 가까운 관계이고, 차씨가 미르재단의 이사진 선임도 주도했다는 등이다. 사무실 계약 후 3일 만에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치고 재단이 문을 연 것이다.

    왜 이렇게 '27일 발족'을 목표로 무리했을까를 두고 정치권과 재계에선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야권과 재계에선 "박 대통령이 갑자기 지시를 했고 그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미르재단과 관련해선 정부와 청와대에서 25일 이전에도 몇 차례 사전 회의가 있었다는 증언도 있기 때문에 대통령 지시 뒤 이틀 만에 만들었다는 건 설명이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10월 13~18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박 대통령이 어느 날 참모들에게 '문화 콘텐츠 육성 방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다그쳤고 그때까지 서두르지 않았던 청와대 참모진이 급하게 기업과 전경련에 주문을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에 놀란 전경련과 문체부가 서둘러서 일을 끝냈다는 것이다.

     

    [기관 정보]
    정지권도 재계도 '전경련 해체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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