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도 출신 '난민의 아버지', 세계를 이끈다

    입력 : 2016.10.07 03:00 | 수정 : 2016.10.07 09:10

    [오늘의 세상]
    반기문 후임 유엔 사무총장에 포르투갈 구테헤스

    - 포르투갈 총리 출신
    전기회사 직원 아들로 태어나 물리학 박사 꿈꿨던 엔지니어
    빈민가 봉사 뒤 정치인의 길

    - 10년간 유엔 난민기구 맡아
    선진국 지원 확대 꾸준히 주장… 2013년 방한, 탈북자 북송 반대
    "수완 좋고 카리스마 넘쳐" 평가

    5일(현지 시각)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안토니우 구테헤스(67)는 포르투갈 총리를 거쳐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를 지낸 중량급 인사이다. 그는 이런 경력상의 장점에도 처음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유엔은 전 세계를 서유럽과 동유럽, 미주, 아프리카, 아시아 등 5개 권역으로 나누는데, 이번에는 한 번도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못한 동유럽 출신에 여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다. 구테헤스 전 총리는 이번에 처음 도입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사무총장 후보 사전 투표에서 줄곧 선두를 달렸고, 비토권을 가진 일부 상임이사국의 반대를 극복하면서 사무총장 자리를 확정했다. 통과 의례 성격인 유엔총회 표결을 거치면 내년 1월 임기 5년의 사무총장에 취임하게 된다.

    반기문 유엔총장 후임은 포르투갈 총리 지낸 구테헤스 - 5일(현지 시각)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6차 비공개 투표를 열고 안토니오 구테헤스(오른쪽) 전 포르투갈 총리를 제9대 유엔사무총장으로 사실상 확정했다. 구테헤스는 오는 12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사무총장에 이어 내년 1월 공식 취임한다. 사진은 2014년 10월 구테헤스가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 대표로 재직하던 당시,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를 방문한 반 총장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반기문 유엔총장 후임은 포르투갈 총리 지낸 구테헤스 - 5일(현지 시각)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6차 비공개 투표를 열고 안토니오 구테헤스(오른쪽) 전 포르투갈 총리를 제9대 유엔사무총장으로 사실상 확정했다. 구테헤스는 오는 12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사무총장에 이어 내년 1월 공식 취임한다. 사진은 2014년 10월 구테헤스가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 대표로 재직하던 당시,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를 방문한 반 총장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EPA 연합뉴스
    유엔에서는 구테헤스 전 총리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안보리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후보 선정 사실을 발표할 때는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유엔대사와 서맨사 파워 미국 유엔대사 등 15개 이사국 대사가 모두 참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단합된 모습은 이사국 스스로도 놀랄 만한 장면일 것"이라고 했다. 반기문 사무총장도 6일 이탈리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구테헤스 전 총리가 후임 총장으로 확정된 데 대해 "최상의 선택"이라고 했다.

    구테헤스 전 총리의 승인(勝因)으로는 국제무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현장 중심의 실무 능력과 오랜 경험이 꼽힌다. 이런 능력과 경험이 '동유럽 여성'에 대한 정치적 고려를 넘어서는 힘이 됐다.

    배우 앤젤리나 졸리와 함께 시리아 난민캠프 찾은 구테헤스 -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안토니우 구테헤스(앞줄 가운데) 전 포르투갈 총리가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로 활동하던 2013년 6월 UNHCR 친선대사인 배우 앤젤리나 졸리(앞줄 오른쪽) 등과 함께 시리아 국경 인근의 자타리 난민캠프를 둘러보고 있다.
    배우 앤젤리나 졸리와 함께 시리아 난민캠프 찾은 구테헤스 -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안토니우 구테헤스(앞줄 가운데) 전 포르투갈 총리가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로 활동하던 2013년 6월 UNHCR 친선대사인 배우 앤젤리나 졸리(앞줄 오른쪽) 등과 함께 시리아 국경 인근의 자타리 난민캠프를 둘러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는 2005년 UNHCR 최고대표가 된 후 10년 동안 장수했다. 현장을 중시해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본부 사무국 규모를 3분의 1로 줄이고 더 많은 인력을 난민구호 현장에 배치했다. 이 덕분에 시리아·이라크·남수단·리비아 등지에서 난민이 쏟아졌을 때 UNHCR의 위기 대응 능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시사주간지 타임 기고문에서 "난민들이 삶을 찾아 탈출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들을 인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선진국의 역할도 강조해왔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난민 전문가인 제프 크리스프 박사는 "그는 유엔 내에서 가장 수완이 좋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 중 하나"라고 했다.

    신임 유엔 사무총장 구테헤스 프로필 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5년 동안 25만명의 사망자를 낸 시리아 내전 해결이다. 마이클 도일 컬럼비아대 교수는 "시리아 내전은 그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며 "폭풍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일이지만, 그는 그런 도전을 즐기는 인물"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총리이던 2000년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2013년에는 UNHCR 최고대표 자격으로 방한했다. 그는 이때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규정하고, 북한에 강제 송환돼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국영 전기회사 직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물리학과 전기공학을 전공한 과학도였다. 대학 시절 꿈은 물리학 박사가 돼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었지만, 빈민가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을 계기로 정치인으로 진로를 바꿨다. 포르투갈의 50년 군부독재를 종식시킨 '카네이션 혁명'을 이끈 사회당에서 핵심으로 활동했고, 1995년 총선에서 사회당이 승리하면서 총리가 됐다. 정치적으로 중도좌파 성향으로, 사회주의인터내셔널(SI)의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정신과 의사였던 부인 루이자 아멜리아와 사이에 두 자녀를 뒀으나 1998년 사별했다. 2001년 현재 부인인 카타리나 마르케스 핀토와 재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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