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이 승용차 쓸어가"… 영화 '해운대' 악몽 떠올린 마린시티

입력 2016.10.06 03:00

[오늘의 세상]

태풍 직격탄 맞은 부산·울산

- 해운대 등 물폭탄 맞은 부산
돔·쥐치 등 물고기가 도로 위에 오늘 개막 부산영화제 무대 파손
9층짜리 주차 타워 등도 쓰러져
- 사람 목까지 물 차오른 울산
폭우에 만조 겹쳐 하천들 범람… 현대車공장 침수돼 조업 멈춰
철로도 유실돼 KTX 한때 중단

울산에 물난리가 난 것은 태풍이 오기 전부터 비가 자주 내려 댐과 저수지 수위가 높아진 상태에서 '물 폭탄'을 맞고 만조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5일 울산엔 지역별로 300㎜ 안팎의 비가 내렸다. 특히 오전 10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140㎜가 집중됐다. 울산기상대 관측 이후 10월 기록으로 가장 많았다.

남구 여천천과 무거천, 중구 유곡천, 울주군 삼동천 등 지역별 주요 소하천들이 범람, 주변 주택과 상가가 침수되는 바람에 119에 주택이나 차에 고립된 주민들의 구조 신고가 잇따랐다. 회야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30여 명은 오전 11시쯤 회야정수장으로 대피했다가 오후에 비가 그치는 것을 확인하고 귀가했다.

(왼쪽 사진)울산 현대차 공장에 들어찬 물, (오른쪽 사진)폐허된 부산국제영화제 무대.
(왼쪽 사진)울산 현대차 공장에 들어찬 물 - 5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에 물이 들어차 있다. 2공장은 이날 오전 11시 40분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오른쪽 사진)폐허된 부산국제영화제 무대 - 5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도에 개막을 하루 앞둔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장의 잔해가 널려 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김종호 기자
또 현대자동차 울산 2공장의 생산 라인이 이날 일시 중단됐고, 두왕로·산업로 등 주요 도로 곳곳의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시 외곽인 울주군 삼동면 삼동체육관 주변 도로와 언양읍 일대 도로 등도 침수돼 통행에 차질을 빚었다. 언양~울산을 잇는 울산고속도로 역시 태화강 범람으로 오전 11시 20분부터 3시간여 동안 차량 통행이 중단됐다.

◇부산은 해운대 등 해안 피해 커

부산에선 해운대구 우3동 마린시티 등 해안 지역의 피해가 심했다.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경우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도로와 40~50m 떨어진 인근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이닥쳤다. 인도와 도로가 부서지고 해안도로에 접한 아파트 등의 유리창이 부서졌다. 방파제 아래에 있던 거대한 돌구조물인 테트라포드가 해안도로까지 넘어오려다 방파제 턱에 걸리기도 했다. 한 아파트 주차장엔 파도에 밀린 승용차가 60~70㎝ 높이의 화단 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일부 건물의 지하 주차장엔 바닷물이 들이쳤다. 파도에 휩쓸려 노래미·돔·쥐치 등 물고기들이 도로 위로 쏟아지기도 했다. 주민들은 "마치 영화 해운대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태풍‘차바’가 밀고 온 바닷물이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의 한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안쪽까지 밀려 들어온 모습.
마린시티에 쓰나미처럼 밀고 들어온 바닷물 - 태풍‘차바’가 밀고 온 바닷물이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의 한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안쪽까지 밀려 들어온 모습. 바닷물은 마치 쓰나미(지진해일)처럼 방파제에서 50~60m 떨어진 이곳 주차장까지 들어찼다. /독자 제공
마린시티 주민 손모(51)씨는 "해일같은 높은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육지 쪽으로 50~60m가량 떨어진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승용차를 끌고 가더라"면서 "파도와 빗물에 도로와 아파트 하층이 다 잠기는 게 아닌가 싶어 겁이 났다"고 말했다.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인터뷰와 야외무대로 쓰일 예정이었던 해운대해수욕장 '비프빌리지'의 나무 벽체와 가림막 등이 크게 부서졌다. 영화제 사무국 측은 "비프빌리지 행사를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으로 옮겨 열 계획"이라며 "영화제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도구 태종대 자갈마당에서 장어·조개구이 등 수산물을 파는 포장마차 30여 개소는 높은 파도에 휩쓸려가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서구 송도해수욕장의 돌고래 구조물도 파도에 파손됐고, 해안도로가 백사장 모래로 뒤덮였다. 사하구 감천항과 다대포항의 방파제 일부도 파손됐다.

◇철제 주차 타워 등도 쓰러져

5일 오전 11시 2분쯤 부산 영도구 고신대 공공 기숙사 공사장에서 타워 크레인이 넘어져 근처 컨테이너를 덮쳐 안에 있던 하도급 업체 근로자 오모(59)씨가 숨졌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 52분쯤 부산 수영구 망미동의 한 주택 2층에서 박모(90·여)씨가 강풍에 중심을 잃으면서 아래로 떨어져 숨졌고, 오전 10시 43분쯤 부산 강서구 대항동 방파제에선 어선 결박 상태를 살피던 허모(57)씨가 높은 파도에 쓸려가면서 숨졌다.

이날 오전 11시 34분쯤 부산 동구 범일동 모 병원 근처 9층짜리 철제 주차 타워가 오른쪽으로 넘어지면서 길 건너 상가와 주택 2채 옥상, 승용차 3대 등을 덮쳤다. 또 10시 30분쯤 부산 남구 문현동 도로를 지나던 조모(49)씨가 강풍에 쓰러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광안대교와 남항대교, 부산항대교, 을숙도대교 등 부산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교량들의 차량 운행이 한때 중단됐고, 물에 잠긴 부산 동래구 온천동 세병교와 연안교 하부 도로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KTX 운행 4시간여 중단

산사태가 나거나 강이 범람해 철로가 유실되면서 부산 주변 경부선, 경전선, 동해남부선 열차의 운행이 한동안 중단됐다.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바람에 날린 철제 구조물이 신경주~울산역 사이의 전차선에 떨어져 단전이 되는 바람에 KTX 운행이 4시간여 동안 중단됐다. 또 물금~원동 구간 산사태로 선로가 토사에 덮여 경부선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으며, 남창역 등 울산 구간 침수로 동해남부선 열차 운행이 한때 중지됐다. 부산 김해공항에선 항공기 45편이 결항했다.


[지역 정보]
태풍으로 부산 '마린시티' 바닷물 범람… 곳곳 침수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