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민둥산엔 바다가 있다, 억새 물결치는…

    입력 : 2016.10.03 03:00

    [떠나요, 가을 속으로]

    과거 火田 경작으로 '대머리산'이던 곳, 전국 5대 억새 군락지로 자라나…
    11월 13일까지 억새꽃 축제

    해 뜰 무렵 산 전체가 '은빛'… 노을 지는 저녁엔 '금빛' 물들어
    작년 9~10월에만 117만명 찾아…옛 장터 '정선 5일장'도 가볼만

    민둥산의 가을은 하얗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자리한 민둥산(해발 1118.8m)의 능선부터 산 정상까지는 가을의 전령사인 억새로 온통 물들어 있다. 햇빛을 머금은 억새들이 부드러운 바람에 은빛 물결을 일렁이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지난 27일 아내와 함께 서울에서 기차로 민둥산을 찾은 김주혁(43)씨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계절 변화를 잘 느낄 수 없게 됐다고 하는데 여기에 오면 가을 분위기가 제대로 난다"고 말했다.

    ◇전국 5대 억새밭의 아름다움

    정선 민둥산은 경기 포천시 명성산, 충남 홍성군 오서산, 전남 장흥군 천관산,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3구간(사자평억새길)과 함께 전국 5대 억새 군락지로 꼽힌다. 매년 가을이 무르익으면 민둥산 능선은 66만㎡ 규모의 억새로 뒤덮여 등산객을 유혹한다. 해 뜰 무렵엔 산 전체가 은빛으로 물들고, 노을 지는 저녁엔 금빛 물결이 신비감을 더한다. 지난해 9~10월에 117만5826명이 다녀갔다.

    민둥산 능선을 가득 메운 억새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은빛으로 물결치고 있다. 전국 5대 억새 군락지로 꼽히는 정선 민둥산은 매년 가을이 무르익으면 7부 능선부터 정상부까지 억새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민둥산 능선을 가득 메운 억새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은빛으로 물결치고 있다. 전국 5대 억새 군락지로 꼽히는 정선 민둥산은 매년 가을이 무르익으면 7부 능선부터 정상부까지 억새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정선군
    민둥산은 이름 그대로 '대머리산'이다. 과거에 농민들이 화전(火田) 농사를 하고, 산불이 나면서 정상 일대의 나무가 사라졌다. 하지만 1974년 이후 화전 경작이 금지되면서 민둥산 능선엔 억새가 군락지를 이뤘다. 정선군도 10년 전부터 억새 증식 사업을 하고 있다. 또 2018년까지 13억원(국비 9억1000만원·군비 3억9000만원) 예산을 들여 억새 군락지를 보호하고, 생육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정선군은 정상부 3.5㎢ 일대를 군립 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둥산 산행 코스는 4개다. 그중 증산초등학교에서 출발하는 두 가지 코스가 대표적이다. 2.6㎞짜리 상코스는 1시간 30분, 3.2㎞인 하코스는 1시간 50분 걸린다. 능전~발구덕 마을에서 출발하는 코스(1시간 30분·2.7㎞)와 삼내약수에서 올라가는 코스(2시간 30분·4.9㎞)도 있다.

    등산로 초입은 소나무 숲으로 덮여 있다. 산세는 평범하고 밋밋해 보이지만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면 숨겨졌던 가파른 경사가 자주 나타난다. 증산초등학교 코스를 타고 7부 능선까지 한 시간쯤 산행을 하면 억새가 자태를 드러낸다. 둥그스름한 능선을 따라 산 정상까지 이어진 억새는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뤄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가족과 왔다는 최민혁(38)씨는 "아름다운 억새를 담고 싶어 계속 카메라를 꺼내 들게 된다"고 말했다. 시야가 탁 트인 민둥산 정상에서 함백산과 지장산, 태백산을 바라보면 세 가지 풍경이 중첩된다고들 말한다. 근경엔 억새가, 중경엔 기암절벽이, 원경엔 단풍이 든 준봉(峻峰)이 자리 잡는다.

    ◇정선 5일장에선 옛 장터의 정취가

    민둥산과 정선5일장 위치 지도

    민둥산이 있는 정선군 남면은 탄광 지역이었다. 1989년부터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구조 조정에 들어가자 주민들은 침체된 지역 경기를 살릴 방안으로 억새꽃 축제를 기획했다. 당시 억새꽃을 보려고 가을 민둥산을 찾는 관광객이 많았기 때문이다. 남면 번영회는 1996년에 제1회 민둥산 억새꽃 축제를 개최했다. 20년이 지난 올해도 민둥산운동장에서 억새꽃 축제(9월 24일~11월 13일)가 이어진다.

    매월 2일부터 5일 간격으로 서는 정선 5일장에 가면 옛 장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1966년 문을 열어 50년 역사를 지닌 이곳에선 각종 산나물과 약초 등 신선한 농산물을 시중가보다 싼값에 소비자에게 판다. 방문객들은 콧등치기 국수와 곤드레나물밥 같은 향토음식을 맛보거나, 마술공연과 떡메치기 등을 구경할 수 있다.

    기차를 타면 민둥산 여행의 운치가 더해진다. 서울 청량리역을 출발해 민둥산역, 아우라지역을 오가는 정선 아리랑 열차(A-train)가 하루 1편씩(수요일~일요일) 있다. 월·화요일엔 아리랑 열차가 운행되지 않는다. 단, 월·화요일이 공휴일이거나 정선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하루 한 번 정상 운행된다. 청량리역과 강릉 정동진을 오가는 무궁화호 열차도 매일 7차례 민둥산역을 지난다. 민둥산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민둥산 초입인 증산초등학교에 닿는다. 전정환 군수는 "대한민국 최고의 억새 군락지인 민둥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가꿔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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