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50년 전 스타트렉에 열광한 '덕후들', 영화처럼 텔레포트 꿈 이룬다

    입력 : 2016.10.01 03:00

    올해 50주년 맞은 인기 TV·영화 시리즈 '스타트렉'… 그 장면 그 기술, 어디까지 왔나

    "원격 전송은 맞습니다. 하지만 스타 트렉을 상상하지는 마세요."

    이달 초 중국 과학기술대 장치앙·판지웨이 박사 연구진과 캐나다 캘거리대학의 볼프강 티텔 박사 연구진이 각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에 세계 최초로 실험실 밖 양자 통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양자 통신은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양자의 역학적 특성을 이용해 물질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양자 전송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송(teleportation)이라는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스타 트렉을 떠올렸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극구 부인했다. 간단히 말해 스타 트렉에서는 사람을 수학의 인수분해처럼 기본 입자로 분해한 다음 이를 에너지로 바꿔 원하는 장소에 보낸다. 그곳에서 다시 에너지를 적분하듯 물질로 바꿔 원래의 사람이 된다. 반면 양자 전송은 물질을 보낸 것이 아니라 단지 정보만을 보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갔다는 말일까.

    50년 전 스타트렉에 열광한 '덕후들', 영화처럼 텔레포트 꿈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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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전송은 불가능, 양자 정보는 가능

    양자역학을 이용한 통신은 해킹이 불가능해 미래 보안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역학에서는 관찰을 하는 순간 그 대상이 바뀐다. 훔쳐봤자 실체가 달라지니 소용이 없다. 띠라서 양자 통신에서는 양자의 상태를 보고 나서 전송할 수 없다. 대신 중개자를 이용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앨리스와 밥, 찰리로 설명한다. 앨리스의 정보를 밥에게 주면 밥과 친한 찰리가 앨리스처럼 변한다. 결국 앨리스가 찰리를 거쳐 전송되는 것이다.

    빛의 양자 입자, 즉 최소 단위는 광자(photon)이다. 광자는 기본적으로 전자기파이다. 수직 또는 수평으로 전달된다. 또 전기장의 각도도 있다. 이들이 양자의 정보이다. 광자의 양자 정보를 전송하려면 먼저 그 양자 정보를 다른 광자에게 보낸다. 이 정보는 양자역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는 얽힘 상태(entanglement)의 또 다른 광자를 변화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양자 정보를 보지 않고 전송할 수 있다.

    중국 연구진은 허베이시 내 12.5㎞ 떨어진 두 연구소 사이에서 양자 통신에 성공했다. 캐나다 연구진 역시 캘거리 시내 8.2㎞ 거리의 두 연구소에서 양자를 전송했다. 실험실 밖에서 양자 통신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앞서 지난해 100㎞ 거리의 양자 통신에 성공했었지만 전송 케이블이 모두 연구소 내에 있었다.

    이론대로라면 양자 통신은 현재 화성과 지구 사이의 통신 시간 차이인 20분을 완전히 없애준다. 전송 정보의 도청이나 해킹도 원천 봉쇄된다. 과학 선진국들은 양자 통신 개발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실험위성(QUESS)을 성공시켜 우주 공간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올 6월 수십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20년 내 양자 통신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양자 통신이 실현되면 스타 트렉의 원격 전송이 다른 방식으로 현실화될 수도 있다. 먼 우주를 여행할 때 사람의 분신인 인간형 로봇을 우주선에 태운다. 먼 우주 어디라도 빠르고 안전한 통신이 가능하다면 내가 로봇의 몸을 빌려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스콧, 나를 화성 로봇으로 전송해줘"라고 하지 않을까.

    참고로 스타 트렉의 원격 전송 개념은 1933년 '소행성 궤도로'라는 글에 나온 '바이브라-트랜스미터(vibra-Transmitter)'와 유사하다. 여기서 사람의 몸은 진동으로 바뀌어 파장 통로로 전달된다. 그리고 수신처에서 다시 물질로 재조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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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간 휘거나 블랙홀 지름길 이용

    스타 트렉은 또 다른 전송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바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드라마에서 이를 '워프 항법(warp drive)'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우주선 주변의 시공간을 휘어버리는 축지법을 쓴 것이다. 알파 센타우리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다. 그래도 4.37광년(光年) 떨어져 있다. 1광년은 빛이 1년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호는 워프 항법으로 최대 속도를 내면 사흘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워프 개념은 1920년대 E.E. '닥' 스미스가 쓴 '우주의 종다리'에 빛보다 수천 배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우주선에서 처음 나온다. 스타 트렉 제작진은 영상을 촬영할 때 1955년 영화 '금지된 행성'을 많이 참조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우주선도 빛보다 빨리 날아 지구에서 16.7광년 떨어진 별까지 378일 만에 도착한다.

    하지만 과학에서는 그보다 앞섰다. 아인슈타인은 1915~1916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 논문 4편에서 우주를 시간과 공간이라는 실로 짠 천에 비유했다. 천에 볼링공을 떨어뜨리면 움푹 꺼지는 것처럼 천체가 격렬하게 활동하면 시공간도 뒤틀린다. 그럼 우주선 주변에 누가 엄청난 볼링공을 떨어뜨리면 시공간이 휘지 않을까.

    1994년 멕시코 물리학자 미겔 알쿠비에레는 볼링공 대신 거품을 제안했다. 그는 우주선 주변에 시공간을 휘게 하는 거품을 둘러싸면 빛보다 빨리 비행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스타 트렉과 달리 우주선이 움직이지 않고 우주 공간이 움직인다. 우주선 뒤의 우주 공간은 팽창하고, 우주선 앞의 우주 공간은 수축한다. 이러면 우주선과 출발점 사이의 거리는 증가하고, 우주선과 목적지 사이의 거리는 축소된다.

    2013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해럴드 화이트 박사는 알쿠비에레 이론보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축지법을 제안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음(-)에너지로 우주 공간을 휘게 하는 거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한 IXS엔터프라이즈호를 제안했다. 물론 두 과학자의 제안은 검증하기 어려운 상상에 가까운 주장이다.

    한국에서만 1000만명이 넘게 본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웜홀(wormhole)도 우주 축지법의 대안이다. 블랙홀은 빛을 포함한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구멍이다. 웜홀은 다른 차원에 있는 블랙홀이 연결된 통로이다. 지름길처럼 이 웜홀을 이용해 순식간에 다른 우주로 이동하는 장면이 영화에 나온다. 1935년 아인슈타인과 네이선 로젠이 두 사람의 이름을 딴 '아인슈타인-로젠 다리' 이론으로 웜홀을 제안했다.

    50년 전 스타트렉에 열광한 '덕후들', 영화처럼 텔레포트 꿈 이룬다

    반물질 에너지 실재하나 이용은 불가능

    스타 트렉의 공간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는 무슨 힘으로 워프 항법을 할까. 드라마에서는 물질과 반물질의 반응으로 생긴 에너지가 다이리튬 결정을 통해 전달된다고 했다. 다이리튬은 인류가 2049년 발견하는 것으로 나온 가상 물질. 여기서 워프 플라스마가 만들어지고, 이 힘으로 우주선 주변에 시공간을 휘게 하는 거품을 만든다. 플라스마는 태양처럼 고온·고압 환경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따로 노는 상황이다. 태양을 모방한 핵융합 반응에서 플라스마 생성이 핵심이다.

    물질과 반물질 개념은 물리학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이다. 전자와 반전자처럼 질량 등 다른 물리적 성질은 같고 전기적 성질만 반대인 것이다. 전자가 (-)의 전기를 띠므로 반전자는 (+)의 전기를 띤다. 양전자라고도 한다. 과학자들은 물질과 반물질이 충돌하면 쌍소멸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 에너지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지금으로선 반물질은 입자 가속기에서 극미량만 만들 수 있다. 기껏해야 백열전구를 3분 정도 켤 수 있는 반물질만 가능하다. 물론 자연에도 반물질이 있다. 별이 수명을 다하고 폭발하는 초신성(超新星)이나, 지구 주변에 고에너지 우주 입자들이 모여 있는 띠 모양의 밴 앨런대에도 있다. 이런 반입자는 붙잡기가 너무 어렵다. 설사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해도 보관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필요할 때 쓰려면 반물질은 일반 물질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자기장 안에 가둬야 한다. 현재로는 반물질을 16분 정도만 자기장 안에 가둘 수 있다.

    여기까지 다 된다고 해도 결정적으로 쌍소멸로 나오는 에너지를 모을 방법이 없다. 대부분의 에너지는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고 질량도 없는 중성미자(中性微子)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성미자는 지구에서 손톱만 한 면적에 매초 700억개가 통과할 정도로 많지만 다른 입자와 거의 반응을 하지 않아 '유령 입자'로 불린다.

    IT·의료 기기는 대부분 현실화

    워프 항법, 원격 전송 등을 빼면 나머지 일상적인 엔터프라이즈호 생활은 거의 현실화됐다. 스타 트렉 승무원들이 서로 교신하거나 아니면 행성에서 우주에 떠 있는 우주선과 통신할 때 쓰는 개인용 통신기기(communicator)는 꼭 폴더형 휴대폰을 닮았다. 특히 이 부분은 오늘날 기술이 더 뛰어나다. 지금 스마트폰은 스타 트렉 승무원들이 하지 못하던 영상 통화에 다양한 앱(응용 프로그램)까지 쓰고 있다. 개인용 디스플레이 기기 PADD는 발음까지 태블릿 PC 아이패드를 연상시킨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주컴퓨터는 입체 영상을 허공에 띄운다. 아직 이와 같은 완벽한 홀로그램 기술이 구현되지는 않았으나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면 그보다 더 실감 나는 3D 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사람과 로봇의 결합체인 안드로이드도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스타 트렉의 데이터 소령처럼 사람과 같은 모양은 아니더라도 일본 소프트뱅크의 '페퍼'처럼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대화가 가능한 인간형 로봇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국제 우주 정거장에는 로봇 우주인도 활동하고 있다.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이나 지루한 재고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앞으로는 지구에 있는 의사의 눈과 손발이 돼 응급 수술도 할 예정이다. 다른 방향으로는 사람의 뇌와 기계, 컴퓨터를 연결하는 방식이 있다. 사지 마비 환자가 팔다리를 움직이려고 할 때 나오는 뇌파를 감지해 로봇 팔다리를 움직이는 식이다. 이미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음식과 음료수를 입으로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의료 기술도 오늘날 현실이 됐다. 바늘 없는 주사기는 공기압이나 자기장으로 약물을 주입하는 무통(無痛) 주사기, 빛으로 치료하는 장면은 병원 수술실에서 레이저로 절개 부위를 봉합하는 방식으로 실현됐다. 동물실험에서는 특정 유전자에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붙여두고 필요시 빛을 쪼여 해당 단백질 기능을 차단하거나 강화하는 일도 성공했다. 환자에게 적용하면 응급 시 빛만 쪼이면 위기를 넘기는 일이 가능하다. 갖다 대기만 하면 병을 알아내는 트라이코더 장치는 자기공명양상(MRI) 같은 의료 영상 기기와 신체 부착형 의료 센서 등으로 각기 발전하고 있다.

    우주선을 보호하는 투명막도 요즘 과학자들이 매달리고 있는 투명 망토 기술을 연상케 한다. 투명 망토는 빛이나 소리 같은 전자기파가 물체에 부딪히지 않고 주변을 돌아가게 하는 물질이다. 마치 개울의 바위 주변으로 물이 흘러가는 것과 같다. 물체에 빛이 부딪히지 않으면 우리 눈에 반사파가 돌아오지 않아 보이지 않는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투명 망토가 반도체 제조에 먼저 응용될 수 있다고 본다. 소리를 막는 투명 망토는 반도체의 미세 진동을 막고, 빛을 막는 투명 망토는 기판의 결함 부분을 덮고 회로를 그리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나중에는 영화처럼 적의 공격도 돌아가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대형 투명 망토로 집을 지진파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을 제안한 과학자도 있다.

    지금 중장년층은 모두 스타 트렉을 보고 자란 세대다. 특히 과학자나 엔지니어 중에 스타 트렉 팬들이 많다. 과학자들은 "스타 트렉에 과학적 오류는 많지만 기본적으로 과학기술의 힘으로 세상을 좋게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입을 모은다. 팬들 역시 그 영향을 받아 영화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과연 앞으로 50년 뒤 스타 트렉 100주년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워프 항법으로 시간 여행이라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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